속보=부산에서 최근 4년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소방관 7명 중 6명에 대한 순직 인정 절차가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이 지금도 부산 소방관 3명에 대한 순직 인정 절차에 착수한 상황(부산일보 8월 1일자 6면 보도)이라 순직 인정 기준과 청구 관행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부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총 7명이다. 소방 당국은 그중 1명을 제외한 총 6명에 대한 순직을 청구했다. 지난해와 올해 사망한 3명은 청구 절차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3명은 자살 순직이 인정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정신 질환과 자해 행위도 인과 관계가 입증되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 입장이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우울증이나 자살로 인한 사망도 순직 판단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2016년 관련 법령 개정으로 공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확대한 상태다. 우울증, 극도의 심리적 압박 등 정상적 인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 행위가 이뤄지거나 공무와 관련됐다고 입증되면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의 자살 순직은 2020년부터 공식 인정된 후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전국 소방공무원 순직 승인 건수(괄호는 자살 순직 건수와 비율)는 △2020년 15건(3건·20%) △2021년 9건(1건·11%) △2022년 23건(6건·26%) △2023년 13건(5건·39%) △2024년 19건(5건·26%)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소방 자살 순직 건수는 경찰이나 일반직 공무원보다 많았다. 전체 순직 중 자살 순직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소방이 가장 높았다. 2023년 소방 자살 순직 비중은 39%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26%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경찰과 일반직 공무원 자살 순직 비중이 최저 10%, 최고 25% 수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사후적 예우 대신 열악한 소방 근무 여건 개선이나 치료 지원 등으로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지만, 순직은 자살을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자살이라 해서 모두 순직으로 청구하는 관행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순직 심사는 각급 기관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인사혁신처로 청구하는 구조다. 최종 판단은 인사혁신처 심의회에서 맡는다. 각 기관의 청구에는 제약이 없다.
특히 자살 순직 심사 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란 점에서 제도 운영 신뢰성도 갖춰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청구부터 조사와 심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심의에 변호사·의사·전현직 공무원·유관기관 직원 등 15명 이하 전문가들이 참여하지만, 모든 명단은 비공개다.
인사혁신처는 자살 순직 심사에 고인의 정신질환 이력, 가족 관계, 사망 경위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유족 보호와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비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외부 압력에서 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공개 원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사의 독립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모든 정보를 가리는 건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자살 순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직 제도의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심사 기준과 방향, 위원 구성 방식 정도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소방 관련 학과 교수 A 씨는 “소방관뿐 아니라 경찰, 일반직 공무원 자살 순직 청구가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 자살 순직은 신중하고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회적 기준과 합의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논의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