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생포고래문화특구에서 즐기는 신나는 고래여행

입력 : 2025-08-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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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20주년 맞은 고래박물관
어마어마한 뼈 크기에 놀라 입이 ‘떡’
생태체험관 돌고래 보고 신난 어린이
모노레일 한 바퀴 돌더니 하늘 날 듯

수산물 냉동창고 고쳐 만든 문화창고
조선 3대 화가 그림 영상물 환상 특급

초중학교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개학하기 전에 자녀들과 함께 마지막 여름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8월 중순이 넘도록 무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아직도 30도를 넘는 날씨에 야외여행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 눈높이에 딱 맞으면서 덥지 않은 곳으로 달려간다. 울산 장생포고래문화특구가 바로 그곳이다.

울산 장생포고래문화특구 해변가에 초대형 고래 조형물이 설치돼 관광객을 환영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울산 장생포고래문화특구 해변가에 초대형 고래 조형물이 설치돼 관광객을 환영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장생포고래박물관, 모노레일

찌는 듯한 무더위인 데다 평일 낮이어서 찾는 사람이나 있을까 했는데 뜻밖에 고래박물관은 사람으로 붐빈다. 대부분 어린 자녀와 젊은 부모다.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대동해 3대가 함께 온 가족도 보인다.

고래박물관은 그야말로 어린이에게 고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딱 맞는 곳이다. 박물관 안은 초대형 뼈 등 고래 관련 전시물이 빼곡하고 건물 주변에는 대형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어린이들을 신나게 한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은 반구대 암각화 소개 공간이다. 지난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덕분에 이곳에 꽤 오래 머무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반구대 암각화가 어떤 것인지,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인지 잘 모르던 사람들도 자세한 설명문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반구대 암각화 실제 현장에 가면 고래 그림이 잘 안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위치에 따라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이 보이게 만든 조형물이 설치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뜻밖에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아래로 향한 혹등고래, 복부 주름을 묘사한 귀신고래, 새끼를 업은 고래 등 수두룩하다.

한 가족이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 혹등고래 뼈 실물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가족이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 혹등고래 뼈 실물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반구대 암각화를 이해하게 됐다면 이제 3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그야말로 고래해부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입구쪽 천장에는 귀신고래 실물 크기 모형이 걸렸고, 주변으로는 고래 태아는 물론 각종 고래 뼈와 모형이 전시돼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일부 고래 뼈는 만져볼 수도 있다.

고래가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거대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턱뼈 하나가 그야말로 사람만하다. 어마어마한 고래 크기에 놀란 것은 어린이만이 아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도 고래 뼈를 보며 혀를 내두른다.

3층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혹등고래와 상괭이 실물 뼈가 그대로 걸려 ‘이곳이 고래박물관’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시켜준다. 고래의 삶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고래가 사람처럼 잠꼬대도 한다’거나 ‘지능이 높아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처럼 산후조리도 한다’는 문구를 읽으면 신기하다.

한 부자가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가 돌아다니는 해저터널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부자가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가 돌아다니는 해저터널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장생포고래박물관을 다 둘러보았다면 이번에는 고래생태체험관에 들를 차례다. 해저터널, 고래수족관이 있고 4D영상관이 있어 흥미로운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무덥지만 않다면 3층 야외전망대 풍경도 좋아 사진 찍기에 제격이다.

고래생태체험관의 하이라이트는 신나게 유영하는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해저터널이다. 가끔 고래가 수중관람창에 다가와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운이 좋은 일부뿐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래수족관에서 고래생태설명회를 즐기면 된다. 평일에는 하루 3회, 주말에는 하루 2회 진행되는데 사육사로부터 돌고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돌고래가 먹이를 먹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한 모녀가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영상물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모녀가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영상물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모노레일을 타고 장생포항 일대를 둘러볼 차례다. 더운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노레일은 유리로 덮였고 실내공간에서는 냉방기가 시원하게 돌아간다. 고래박물관 앞에서 출발해 고래문화마을과 5D입체영상관을 거쳐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노선을 달린다. 총거리는 1.3km여서 24분 정도 걸린다. 9인승 차량 6대가 약 5분 간격으로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주말의 경우 오후 7시까지 운행한다.

마침 모노레일에는 할머니, 고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어린이 두 명과 서너 살 정도 된 어린이와 젊은 아빠가 함께 탔다. 모노레일은 장생포항을 지나 고래박물관을 돌아 장생포고래로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간다. 지상에서 5m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신기한 풍경에 세 어린이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한 가족이 울산 장생포모노레일을 타고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가족이 울산 장생포모노레일을 타고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모노레일 아래로 수국이 보인다. 이미 꽃은 지고 잎만 무성하다. 6월에 이곳을 방문하며 화사하고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 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지도를 잘 살펴보니 모노레일이 지난 곳은 고래문화마을 수국정원이라고 한다.

모노레일이 지나는 언덕은 ‘고래’라는 주제로 꾸며진 이색 공간이다. 곳곳에 대형 고래 조형물이 세워진 것은 물론이고 고래광장, 고래조각공원, 고래문화마을까지 다양한 고래 주제 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참 달리던 모노레일은 고래문화마을 정류장에서 선다. 이곳에 내려 문화마을을 둘러본 뒤 다음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고, 그냥 걸어서 내려갈 수도 있다. 흥미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오늘만큼은 그냥 지나간다.

울산 장생포문화창구 입구의 조각 ‘고래의 꿈’. 고래 등에 앉은 어린 소녀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울산 장생포문화창구 입구의 조각 ‘고래의 꿈’. 고래 등에 앉은 어린 소녀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장생포문화창고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서쪽 끝부분에는 특이한 문화시설이 하나 있다. 낡은 수산물 냉동창고를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장생포문화창고다.

장생포문화창고 입구에서는 ‘고래의 꿈’이라는 조형물이 설치돼 관람객을 반긴다. 돌로 만든 고래 모양 의자에 ‘어린 왕자’가 아니라 ‘어린 소녀’가 앉은 조형물이다. ‘고래의 꿈’ 바로 뒤편에는 폐타이어를 잔뜩 매단 낡은 어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마치 고래와 어린 소녀에게 ‘먼 바다 태평양으로 함께 달려가자’고 유혹하는 것 같다.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2층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내부 전시실. 남태우 기자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2층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내부 전시실. 남태우 기자

장생포문화창고에서는 먼저 2층부터 둘러봐야 한다. 자녀를 동반했다면 2층 체험관에서 다양한 예술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맞은편 공간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다. 울산이 우리나라 산업 현대화의 선구도시로 발전하게 된 역사를 설명하는 공간이다. 나이가 든 관람객이라면 회상에 젖을 수 있는 곳이며, 어린이들은 한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시설이다.

장생포문화창고 3층으로 올라가 미디어아트 전시관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조선의 결-빛의 화폭에 담기다’는 영상 전시회가 진행된다. 조선시대 3대 화가인 정선, 김홍도, 신윤복의 작품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만들어 상영하는 공간이다.

한 관람객이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미디어아트 전시관에서 조선 3대 화가의 작품을 재생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관람객이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미디어아트 전시관에서 조선 3대 화가의 작품을 재생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조선의 빛’ 전시회 공간 한가운데에는 푹신한 간이의자가 놓였다. 이곳에 앉아 마치 영화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는 세 대가의 작품 영상을 편안히 관람하면 된다. 네 벽과 바닥까지 다섯 개 면을 가득 채우는 그림과 차분한 음악. 더위는 벌써 저만치 물러났고, 몸도 시원하고 마음도 시원하다.

미디어아트 전시관 맞은편은 그림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다. 23일까지는 ‘위글’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그 이후에는 다른 전시회가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3층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 남태우 기자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3층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 남태우 기자

장생포문화창고까지 다 둘러봤다면 이제 편안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이곳 6층에 올라가면 북카페 ‘지관서가’가 나온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공장이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해가 질 무렵 이곳을 찾는 게 좋다. 일몰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중에서도 백미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냥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창을 따라 배치된 소파형 좌석에 기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마음이 맑아졌어!’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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