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민이 골프를 치는 등 학교 시설 관리 문제가 잇따르지만(부산일보 8월 12일 자 2면 보도) 이에 대한 대책을 두고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주민 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부산시와 기초지자체가 예산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데, 지자체는 학교 시설인만큼 예산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선다.
25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부산시에 주민 이용 시간 학교 관리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이른 아침, 야간 학교가 주민 편의 시설로 개방되는 경우 학교 관리 인력을 시가 채용해 각 학교에 파견해 달라는 것이다. 학교 개방은 학생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정책이고, 학교가 배려 차원에서 문을 여는 상황인 만큼 부산시도 관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 경비 인력에 더해 신규 관리 인력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초중학교의 경우 평일 낮에는 ‘배움터지킴이’가, 야간에는 경비원이 학교 시설을 관리한다. 그러나 24시간 근무 체제가 아닌 곳이 많아 학교 주민 개방 시간에 학교 시설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 5일에는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성인 남성 2명이 운동장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모습이 맘카페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학교에 따르면 이 남성들 역시 학교 관리인이 부재중인 틈을 타 운동장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부산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시설 관리 인력의 한계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쓰레기 투기, 반려견 배설물 방치 등이 반복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부산의 초중고등학교 631곳 중 526곳이 외부인에게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다. 운동장이 없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27곳을 제외하면, 전체 604곳 가운데 87%가 지역 주민을 위해 운동장을 개방돼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학교 시설에 예산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는 기초자치단체가 정부 공모 사업 등을 통해 각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학교 시설 개방이 잇따르자 정부 예산 지원을 위해 공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학교체육시설 개방 지원’ 공모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사업에 선정되면 개방 시간 동안 학교 내 안전을 감독할 ‘시설관리자’ 채용 비용의 70%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업에 지원한 부산 지역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사업에 선정되면 관리인 채용비의 30%는 구·군이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 여건이 어렵고 교육청 시설 운영에 예산을 지원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구·군 사이에서도 공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구내 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도 빠듯한데 학교 체육 시설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학교 관련 사안은 시교육청이 업무를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학부모 단체들은 시설 개방으로 인해 학생 안전 문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각 기관이 예산 공방을 멈추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상임대표는 “학교 시설 관리는 학생 안전과 교육 환경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기관들은 책임 전가를 멈추고 신속한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