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어게인’이 진짜 현실화 되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와 같은 ‘평화 무드’가 내년 지선의 강력한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한미 정상은 이번 미 워싱턴 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에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론을 추동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도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북한의 반응 여부에 따라 불과 2개월 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미 정상 간의 대화 채널이 본격 가동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7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북미 대화’의 강력한 효과를 체험한 바 있다. 투표일 바로 전날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환한 웃음으로 ‘비핵화’에 합의하는 장면은 그 어떤 선거 전략보다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부울경 지방 권력까지 ‘싹쓸이’하는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정권 초 높은 국정 지지율에 ‘한반도 평화 무드’라는 호재까지 더해질 경우, 여권으로선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권은 해양수산부 연내 이전 등 PK(부산·울산·경남) 지선 공략을 위한 무기를 하나하나 비축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야권 관계자는 “당시에도 탄핵 이후 탄생한 민주당 정권이 남북미 대화를 시작해 지선 직전 최대 이벤트를 했는데, 지금 상당히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면서 “만약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한다면, 지선 직전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 남북미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전과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계효용의 법칙처럼, 한번 경험한 이벤트에 대한 기대치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도 이런 관측을 더한다. 당시 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지만, 그 이듬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로 남북미 대결 구도는 심화됐고, 북핵 위협 또한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7년 전보다 북핵 해결의 난이도가 훨씬 커졌다는 점도 남북미 대화의 향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와 관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우리 정부의 ‘북미 회담 재개 촉진’ 입장에 대해 “비핵화 논의는 우롱”이라는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북미를 “핵을 보유한 두 국가”로 칭하며 미국을 향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 사이 만남은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논의는 아예 수용할 수 없고, 핵 보유국으로서 ‘핵 군축’ 회담이라면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서 치적을 위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섣불리 인정하려 들 경우, 오히려 국내에서는 역풍이 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북핵 위기 속에서 남북미 정상의 ‘평화’ 논의는 강력한 변수이긴 하지만, 지난 실패 이후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 정략적 이해를 앞세울 경우, 여론은 오히려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