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라 깜짝 놀랐어요. 좀처럼 가시지 않는 더위에 힘들었는데 시원한 파도와 바닷바람을 맞으니 늦더위가 싹 잊히는 것 같네요”
지난 6일 낮 12시 방문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9월에도 백사장은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여행객들로 붐볐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파라솔 아래서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모래찜질과 태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버스킹이 벌어지는 곳엔 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한여름 못지않은 피서철 풍경이 가을 해변에서 펼쳐졌다. 경남 김해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강진구(30) 씨는 “8월에 바빠서 물놀이를 못 한 게 아쉬워 연장 개장하는 해수욕장을 찾았다”며 “정식 개장 기간이라 해변 관리도 잘 돼 있어 깔끔하다. 내년에도 연장 개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연장 개장 첫 주말, 계절은 변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여름휴가 시즌이 끝난 후에도 9월의 늦캉스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해수욕장엔 한여름 못지않은 피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해운대구는 오는 14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을 전면 연장 개장하기로 했다. 연장 개장 기간인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방문객 32만 4702명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올해 누적 방문객은 951만 409명으로 폐장까지 방문객 1000만 명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지난해 방문객은 911만 7000여 명으로 전국 1위였다. 올해는 이미 그 수치를 넘어선 만큼 역대급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는 기후변화로 9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추세에 맞춰 올해 해수욕장 개장을 2주 더 연장하기로 사전에 결정했다. 지난해 8월 해운대해수욕장 낮 시간대 평균 수온은 25.2도였지만, 9월은 27.9도로 8월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날도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바다는 수영하기 딱 좋은 수온이었다. 바다에 목까지 몸을 담근 전 모(31) 씨는 “가을이라 물이 차가울 줄 알고 발만 담그려 했는데 날씨도 좋고 물도 따뜻해 그냥 수영하고 놀다 가려고 한다”며 “여름 휴가철에 비해서는 번잡함도 덜해서 앞으로 해수욕은 9월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 구남로에도 휴가철 못지않은 활기가 가득했다. 상인들은 길어진 해수욕장 개장 기간으로 ‘여름 특수’가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운대 구남로 상인회 장영국 회장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전국에서 SNS를 통해 해운대해수욕장 연장 개장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이 몰려 상인들도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예년 9월보다 재료도 더 많이 준비하고 여름철 성수기에 대비해 뽑았던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용 기간도 연장하며 길어진 여름 특수를 누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수욕장 운영이 끝난 송정해수욕장에서도 ‘늦캉스’ 관광객들을 겨냥한 축제가 한창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5~6일과 오는 13~14일 송정해수욕장에서 ‘N가지 테마, N가지 즐거움이 있는 9월N 송정’을 개최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