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김윤철 합천군수가 합천 호텔 먹튀 사건과 관련해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 변제를 모두 마쳤음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속보=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시행사 대표의 사업비 횡령·배임으로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된 합천군(부산일보 8월 6일 자 10면 등 보도)이 금융기관과의 소송을 마무리했다. 협의 끝에 시공사와 대출원리금을 공동 변제한 건데, 사업이 중단된 지 2년 만이다.
합천군은 10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25일 선고된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관련 민사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취하하고 당사자 협상을 통해 대출원리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호텔 사업 포기를 선언한 2023년 6월 이후 2년 만에 금융기관과의 채무 변제가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당초 대주인 금융기관은 피고인(시공사·시행사·연대보증인·합천군)을 상대로 대출원리금 350억 원 반환청구 소송을 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행사와 연대보증인이 부도로 변제 능력을 상실하면서 졸지에 합천군과 시공사만 모든 돈을 갚아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1심 법원이 시공사와 합천군 간 변제 비율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합천군과 시공사는 한 달여 동안 협의한 끝에 일단 대출원리금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합천군이 121억 원, 시공사가 205억 원을 갚았고, 대신 금융기관은 이자 24억 원을 차감해 줬다.
합천군으로선 최악의 경우 350억 원을 홀로 갚아야 하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었지만, 1심에 이어 당사자가 협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229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시공사 및 대주와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협상으로 1심 판결 원리금 기준 총 102억 원의 추가적인 감액을 도출했다. 결과적으로 소송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121억 원을 대주에게 지급함으로써 합천 호텔과 관련한 대주와의 민사소송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됐던 사태가 합천군과 시공사의 빠른 변제로 이어진 건 무엇보다 이자 부담 때문이다. 지난 1일 기준 대출원리금은 350억 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0만 원에 달한다.
항소심 결과까지 최소 1년, 대법 판결까지 수 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갚아야 할 돈이 합천군과 시공사가 갚아야 할 돈은 50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항소하더라도 승소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합천군에게 크게 작용했다. 타 지자체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이 최근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합천군과 동일한 주장을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합천군은 장기 소송의 실익이 낮다고 판단하고 그간 모은 청사건립기금으로 변제를 우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 군수는 “지연손해금과 소송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합천군 재정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기약 없는 소송으로 인해 군민 피로도가 가중될 것으로 판단했다. 변호인단 논의와 군의회 도움을 받아 우선 변제할 수 있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종결된 건 아니다.
금융기관과의 소송은 끝났지만 아직 시공사와 합천군 간의 대출원리금에 대한 분담 협의가 남았다. 양측은 일시적으로 비용 분담에 동의한 상황이지만 향후 협의나 법정 다툼 등을 통해 분담 비율을 새로 조정해야 한다.
합천군 측은 “향후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구상 소송이 예상되자 시공사와의 대응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사업은 합천군이 영상테마파크 1607㎡ 터에 민간자본 590억 원을 유치해 7층·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시행사가 합천군이 제공한 터에 호텔을 지어 기부채납하고, 대신 20년 동안 운영권을 얻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민간 시행사 대표가 합천군 등이 보증 선 대출금 등 수백억 원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행사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