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가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함정 MRO(Maintenance·Repair·Overhaul, 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에 고삐를 죈다.
이르면 연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 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체결이 가능해 내년 미 해군 발주 프로젝트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MSRA는 미 함정 유지보수와 정비를 위한 미국 정부와 민간 조선사 간 협약이다.
함정 정비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을 보증하는 것으로 MSRA가 있어야 미 해군이 발주하는 MRO 사업 입찰이 가능하다.
SK오션플랜트에 따르면 지난 5월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지 3.5개월 만인 8월 중순 MSRA에 필요한 서류제출을 마치고 이달 말 현장실사를 앞두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협약 체결도 가능하다.
통상 MSRA 체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SK오션플랜트는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미 해군 MRO는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간한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 및 정책 동향을 통해 본 우리 기업 진출 기회’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현재 보유 중인 함정 296척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평균 300억 달러, 우리 돈 42조 원을 투입한다.
이 과정에 신조는 물론 MRO 시장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미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미국 해군이 전개 중인 전함은 149척(잠수함·항공모함은 제외)에 달한다.
미 해군은 이들 전함 MRO 사업에 연간 60∼74억 달러(약 8조 8000억∼10조 800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 부족, 설비 노후화, 생산성 저하 등 문제로 미 함정 MRO 지연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 시장을 놓고 현재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이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MSRA 자격을 얻으며 MRO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 HD현대는 올해 2∼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SK오션플랜트도 잰걸음에 나섰다.
2017년 함정건조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SK오션플랜트는 지난 5월 성공적인 함정 MRO 사업 수행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두산에너빌리티, STX엔진 등 국내 핵심 방산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SK오션플랜트는 현재 해군의 최신 호위함인 ‘울산급 Batch-Ⅲ’ 후속함(2, 3, 4번 함)을 동시에 건조 중이다.
지난 6월 진수식을 가진 경북함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해양경찰청에 3000t급 경비함 3척과 200t급 경비정 7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등 지금까지 30척 이상의 함정 건조를 통해 역량을 입증했다.
함정 MRO 토대가 될 대형 선박 수리·개조 사업에선 이미 선두 주자다.
2017년 선박 수리 사업을 시작해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매년 30여 척의 선박 수리를 수행하며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SK오션플랜트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42만㎡ 규모 제1사업장과 51만㎡ 규모 제2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업장을 합하면 1.7km에 달하는 안벽과 대형 선박도 원활히 계류 가능한 깊은 수심을 갖췄다.
이와 함께 길이 430m, 폭 84m 초대형 플로팅도크(Floating Dock)는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현재 조성이 한창인 제3사업장은 157만㎡ 규모에 1.68km 안벽, 구축함 등 대형 함정도 계류 가능한 15m 이상의 깊은 수심을 확보할 수 있어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연계에 최적의 사업장으로 손꼽힌다.
한편, SK오션플랜트는 울산급 호위함 등 특수선 분야 매출인식이 본격화하며 상반기 매출 4977억 원(전년 동기 대비 75.4% 증가), 영업이익 266억 원(전년 동기 대비 182.6% 증가)을 기록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