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러시아에 정부 허가 없이 공작기계를 수출한 회사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관세법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운영한 주식회사에 벌금 1500만 원도 선고했다.
A 씨는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8차례에 걸쳐 39억 6358만 원 상당 공작기계 32대를 정부 허가 없이 러시아로 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공작기계를 러시아로 보내면서도 창원세관에는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신고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 씨는 경남 김해에서 공작기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식회사 대표다. 공작기계는 금속이나 단단한 재료를 가공해 부품으로 만드는 기계다.
A 씨는 부산 동구 부산항에서 공작기계를 먼저 중국으로 보낸 뒤 허가 없이 러시아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후 그해 4월부터 비전략 물자인 공작기계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상황 허가’ 대상이었다.
재판부는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제조하거나 개발하려는 의도가 의심되면 상황 허가를 받아 수출해야 한다”며 “국제 법규에서 정한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의무를 이행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상황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한 공작기계 수량이 상당하다”며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신고한 다음 러시아로 도착하게 하는 우회 수출 수법을 사용한 점 등을 보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벌금형 선고만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유형의 범행 재발을 방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특별 예방과 일반 예방 측면에서 A 씨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A 씨가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A 씨 주식회사는 러시아 상대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으로 대러 수출이 제한되면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하는 상황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