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하고 현재 세부 협상 중인 것과 관련,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이어 “(국회) 동의를 요하는 조약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헌법에) 있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요청하고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민의힘 김건 의원의 같은 취지 질문에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국회에 와서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고 이 점을 미 측에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또 미 조지아 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 “새 정부를 시작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지난 100일 사이에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해결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과거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 총리는 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협상의 쟁점을 묻자 “투자 방식, 수익의 배분 구조 등을 놓고 미국은 기본적으로 일본과 같은 방식 내지 형태를 원하는 기조 위에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기에 우리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일본 등에 요구하는 방식은 투자금 회수 전까지는 수익을 절반씩 나누다가 회수 뒤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조 장관도 이날 관세 후속 협상 경과에 대해 “빠르게 타결이 안 되는 것은 미국 측이 제시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익을 지키고 한미관계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3500억 달러 투자 시 외환시장 영향을 감안해 미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협상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것도 제안한 여러 가지 내용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조 장관은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한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질의에 “과거 많은 동맹·우방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김 총리는 신임 주유엔대사에 임명된 차지훈 변호사가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신임 대사 또한 국제법에 대한 이해(가 있고), 국내에서도 여러 인권, 국제관계 활동을 해오셔서 일정하게 그런 경험을 금방 축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차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시험·연수원 동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