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장벽에 막힌 노후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부산 화재 참사 100일]

입력 : 2025-10-01 20:00:00 수정 : 2025-10-02 1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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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치 아파트 부산 전체 46.7% 달해
전수조사 결과 3조 원 이상 비용 필요

지난 6월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불이 나 어린 자녀 2명이 숨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6월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불이 나 어린 자녀 2명이 숨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6월과 7월 부산에서 발생한 두 화재가 아동 사망까지 이어진 원인으로 노후 아파트의 소방 시설 문제도 거론된다. 이에 참사 이후 소방 당국이 스프링클러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 이후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대책 마련보다는 현황 파악에 그쳤기 때문이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시는 지난 7~8월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미설치 현황 세부조사에 나섰다. 부산의 5층 이상 공동주택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44만 308세대로 전체 아파트의 46.7%에 달했다.

개금동 참사 당시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압됐지만, 초기 화재 진압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탓에 인명 피해가 컸다. 1994년 준공된 해당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기장군의 아파트도 2007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시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했지만, 올해 소방 당국의 간이형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임대주택 1160세대에 그친다. 부산도시공사(BMC) 임대주택 160세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1000세대가 대상이다. 이는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된 스프링클러 미설치 공동주택의 0.26%에 불과하다.

스프링클러 설치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에 전수조사가 실제 설치를 통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700만 원으로 추산한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부산의 모든 아파트에 설치를 지원할 경우 약 3조 821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소방 관계자는 “700만 원도 단순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설비를 위해 타공 작업을 하거나 벽을 뜯어냈다가 다시 덮고, 인테리어를 하고, 공사 기간 이주비를 지원하는 등 부가적인 비용까지 합하면 필요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관에서 감당할 수 없으며 개인에게 강제하기에도 무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 앞에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스프링클러 미설치의 한계를 다른 설비 확충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경상대 김만규 소방행정안전관리과 명예교수는 “스프링클러 신규 설치 비용이 막대한 탓에 다른 화재 대응 설비를 확충해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스프링클러가 없는 공동주택에는 화재감지 시 즉각 알람이 울리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방마다 설치하고, 전문 업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방설비 점검과 확충 여부를 확인해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시설 설치를 지원하거나 업체와 연계해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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