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남겨두고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내성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 ‘내신 5등급제’가 첫 학기를 마치면서, 전국적으로 주요 5개 과목의 평균 점수와 절대평가 기준 최고 등급인 ‘A등급’ 비율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 구간이 넓어지고 실제 원점수도 오른 만큼 변별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내신 성적이 5학기 동안 누적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변별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교육 당국의 전망도 함께 나온다.
■5등급제 전환 후 평균 점수 상승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1781개 고교(일반고 1693곳, 특목·자사고 88곳)의 올해 1학기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일반고의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주요 과목 평균 점수는 70.1점으로 지난해(67.1점)보다 3.0점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세종이 74.0점으로 가장 높았고, 울산(73.3점), 부산(72.3점), 충북(72.2점), 서울(72.0점), 경기(71.5점) 순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수준을 나타내는 학업성취도가 90점 이상을 뜻하는 A등급 비율 역시 상승했다. 5개 주요 과목 기준 지난해 20.5%에서 올해 23.7%로 3.2%포인트(P) 늘었다. 대전이 30.2%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29.4%), 인천(28.9%), 제주(28.2%), 대구(26.4%), 부산(26.0%)이 뒤를 이었다.
올해 고1부터 본격 적용된 내신 5등급제는 상위 10%까지 1등급, 34%까지 2등급, 66%까지 3등급, 90%까지 4등급, 나머지는 5등급으로 구분한다. 기존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 11%가 2등급이었다. 여기에 절대평가 방식도 함께 사용하는데, 학업성취도에 따라 A~E등급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올해 고1 학생들 중 절대평가에서는 A등급을 받더라도 상대평가에서는 1등급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학생 불이익을 막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대학에 상대평가 등급과 원점수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을 어렵게 출제하면 원점수가 낮아져 다른 학교 학생보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 “장기적 변별력 확보 가능”
다만 교육 당국은 내신 5등급제 이후에도 변별력이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위권 분포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5학기 동안 성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1학기 성적만 잘 받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대평가 과목 선택 폭이 넓어져 성적 관리가 쉬워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가 부산 지역 81개 고교 1학년 1만 3553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1학기 전 과목 평균 1.00등급을 받은 학생은 상위 2.07%에 불과했다. 이는 9등급제 기준 평균 1.64등급 수준이다. 또한 전 과목에서 1등급을 5학기 동안 유지할 수 있는 학생은 상위 0.51% 정도로 센터는 전망했다. 이는 9등급제 환산 시 1.22~1.38등급에 해당한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상대평가 과목이 7~8개 늘어난 점도 상위권 유지가 어려운 원인으로 꼽힌다.
박상호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교육연구사는 “내신 5등급제는 기존 9등급제보다 상위권 변별력이 다소 약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교과 평가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과도한 입시 불안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