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세계해양포럼 둘째 날인 23일에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해양 위기를 진단하고, 위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다루는 세션들이 연이어 진행됐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도 식량, 산업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해양바이오산업의 전망과 지속가능한 수산업 구축을 위한 복합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른 해양생물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기후변화와 해양바이오 세션’에서는 농축산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산에 필요한 토지와 물 사용이 적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조류’를 활용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윤문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산업화전략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2023년에 72억 달러이던 세계 바이오산업 규모가 2030년에는 128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며 “해양이라는 독특한 특성에서 진화해 온 생물들에게 있는 생명 작동 체계는 인류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알려진 해양 생물은 약 33만 종인데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것은 1%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해조류가 제시됐다. 하리 에코 이리안토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 해양 바이오제품 연구그룹장 “해조류는 쉽게 재생이 가능하고 영양이 풍부한 원료로서, 기능성 식품과 지속 가능한 바이오제품으로 개발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영세 기업에 의존한 한국 바이오산업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기업 72%가량이 규모 10억 원 미만의 영세한 기업이다”며 “각 지역에 특화된 해양자원을 바이오산업과 연관시키고, 정부 차원에서 영세한 기업들의 기술력을 향상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업, 위기 넘고 새로운 길로
불법 어업 규제 강화와 수온 상승, 어장 지형 변화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는 수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논의됐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열린 ‘수산’ 세션 발제자로 나선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장은 “수산업은 다른 상품에 비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가는 단계가 매우 길어 변수도 복잡하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잘 구성해야 2050년에도 수산물을 계속 소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 어업 규제 등의 문제를 수산업 디지털화로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수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본부장은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한 방향으로 남획, 포획 등으로 수산물을 잡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수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산업의 고령화 등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을 활용한 수산 소비 트렌드 혁신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마 본부장은 “이전에는 대량으로 수산물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아주 다양한 소비 습관을 만족시키는 ‘마이크로 타깃팅’(맞춤 전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수산업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수산물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이노코미, 국제 의제화 필요
‘블루이코노미 세션’에선 좌장으로 나선 김민수 KMI 기획조정본부장이 아직 ‘블루이코노미’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루이코노미는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블루이코노미가 주요 주제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국제적으로 블루이코노미를 의제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KMI 해양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이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녹색 해운 항로 등을 주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제 협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많은 해양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이 약한 부분은 해양 자본을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 등이다”며 “이러한 부분들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