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전경. 부산일보DB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하면서 전국이 유치전에 돌입했지만 부산은 아직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른 지자체들이 잇따라 전담 조직을 꾸려 물밑 유치전에 나선 반면, 부산은 뚜렷한 전략과 추진 의지를 보이지 못해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수도권 공공기관 157곳을 대상으로 이전 의향 조사를 마치고 내년 초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전국 시도 지자체들은 대부분 전담 조직(TF)를 꾸려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경남, 대구, 전남, 강원 등은 TF를 통해 구체적인 유치 후보 기관을 점찍고 홍보·유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일 ‘공공기관 이전 대응 TF’를 출범해 수도권 기관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경남도는 지난달 경제부지사를 총괄로 한 TF를 출범해 연말까지 유치 대상 기관을 확정, 이전 부지도 사전 물색하기로 했다. 대구·전남·강원 역시 지난 8월 전후로 TF를 구성해 본격적인 홍보·유치 활동에 나섰다.
부산은 해양·금융·영화산업 관련 기관 유치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담 조직 구성은 물론, 구체적인 유치 기관과 전략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는 내년 초 정부의 이전 기관 리스트 윤곽이 드러나면 현재 3곳으로 나뉜 시 소관 부서를 통합해 전담 조직을 신설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미래혁신기획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일정에 맞춰 이전 기관 부지 선정과 집적화 절차에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정부의 로드맵 발표 이후에야 이전 기관 유치와 관련해 움직이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시가 정치적 쟁점이 된 산업은행 등 일부 기관 유치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부산이 2차 이전 기관 중 실제로 어떤 기관을 수용할 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이전을 단순한 ‘기관 유치전’이 아닌 부산 발전의 전략 구상과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대 김용철 행정학과 교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실제로 가져올 효과와 지역 산업과 연계성에 집중하되, 부산과 부산 시민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풀어내야 한다”며 “중앙 부처의 계획에 발맞추기보다 자체 맞춤형 전략을 사전에 마련해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사회도 수도권 블랙홀 완화와 해수부 이전 등에 따른 균형발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열망이 큰 다른 지자체들은 이미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며 공세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가 2차 이전을 지역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