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철골·붕괴 위험… 얽히고 설킨 잔해에 접근 불가 [울산 동서발전 붕괴 사고]

입력 : 2025-11-09 18:34:15 수정 : 2025-11-09 18: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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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한 구 사흘 만에 수습돼
6일 붕괴 당일 발견 의식 또렷
철제 구조물에 구조 가로 막혀
결국 7일 오전 사망 판정 받아
흙 묻은 작업복에 유족들 오열

9일 소방 구조대원들이 울산 사고 현장에서 숨진 김 모 씨의 시신을 수습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9일 소방 구조대원들이 울산 사고 현장에서 숨진 김 모 씨의 시신을 수습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나흘째인 9일 7명의 매몰자를 집어삼킨 거대한 잔해 더미는 구조대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난 6일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한순간에 힘없이 내려앉으며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었다. 내부도 석면과 유리섬유 등이 뒤엉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형상이다. 이날까지 매몰된 7명 중 3명의 사망이 확인됐으며, 사망 추정 2명과 실종 2명 등 4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구조대는 이날 오전 11시 5분 사고 현장에서 작업자 김 모(44) 씨의 시신을 가까스로 수습했다. 사고 발생 사흘 만이자, 김 씨가 사망 판정을 받은 지 54시간 만이다.

김 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보일러 타워가 무너질 때 매몰돼 1시간 20분 만에 구조물에 팔이 낀 채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 씨는 대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으며, 스스로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은 빽빽하게 얽힌 철재 구조물과 2차 붕괴 위험 때문에 중장비 투입 없이 12차례 이상 접근해 이불을 건네고 진통제를 놓는 등 필사적인 구조를 시도했다.

한때 소방 당국이 “곧 구조가 가능할 듯하다”는 기대를 드러낼 정도로 진전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철골 잔해는 쉽사리 구조를 허락하지 않았다. 구조대는 추가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며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7일 오전 4시께 김 씨가 미동을 하지 않았다. 구조대는 미처 팔이 다 빠지지 않은 김 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현장 의료진은 53분 뒤 사망 판정을 내렸다.

김 씨의 사인은 혈전으로 인한 패혈증, 전해질 이상, 복강·흉부 손상에 따른 내부 출혈 등으로 전해졌다. 그의 주검은 8일까지도 잔해 더미에 남아 있었다.

소방 당국은 이튿날인 9일 오전 4호기와 6호기 해체 작업을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 착수 전에 구조대원 17명을 투입해 김 씨의 시신 수습에 집중했다. 남부소방서 김정식 과장은 “상황 판단 회의를 통해 (취약화) 작업 전 최종 구조(수습)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습된 김 씨의 시신은 동강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아들의 시신을 마주한 아버지 김(72) 씨는 “아들은 사고 당일(6일) 새벽 4시 15분쯤 혼자 아침밥을 챙겨 먹고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며 “저도 일 하러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도중에 연락받고 사고 현장으로 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현장에서 상황판을 보고 아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 아프게 그저 구조되도록만 기다렸는데 심폐소생술까지 했으나 사망했다는 통보를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는 김 씨의 아내가 흙이 묻어 돌아온 그의 작업복을 보고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안치실 안에선 “미안해”라는 절규만 연신 흘러나왔다. 김 씨에겐 어린 두 딸이 있다. 김 씨 시신 수습 직후 구조대원들은 두 줄로 도열해 흙먼지 속에서 돌아온 김 씨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애도를 표했다.

남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인력 투입 수색은 다시 중단된 상태다. 붕괴한 5호기 양옆에 버티고 있는 보일러 타워의 붕괴 위험이 매우 커 구조 인력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소방 당국은 이들 4호기와 6호기를 먼저 발파할 수 있도록 취약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업체에서 취약화 작업을 시작함에 따라 구조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수색 작업은 일시 중단한다”며 “현장에는 취약화에 필요한 인력만 들어가 있으며, 구조대원이나 장비는 다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인력 투입은 중단되지만,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카메라 수색은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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