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울산 사고 현장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가 생존자를 구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태권 기자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와 관련해 수사 전담팀이 속속 꾸려지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 과학수사계, 디지털포렌식계 경찰관 7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편성했다. 울산지검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고 직후 전담팀을 꾸렸고, 부산고용노동청 역시 감독관 20명 정도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검찰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보일러 타워 해체 현장은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발주했다. 그 후 HJ중공업은 이를 발파 전문 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청을 줬다.
다만, 사고 나흘째인 9일 현재까지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완료되지 못해 수사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본격적인 수사 이전에 단초가 될 공사나 계약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분석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기초적인 사고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금은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구조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은 수준에서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팀은 앞으로 붕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원·하청 간 작업 지시 체계, 작업 공법, 안전 관리 체계 등을 전방위로 확인한다. 특히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준공 후 40년가량 사용되는 동안 정비와 보수 긴급 공사 등이 반복됐다. 최초 준공 도면과 현장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작업 전 현장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도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또, 폭파·해체 공사에선 검증받은 장비와 숙련공을 동원해 안전하게 작업할 책임이 있는 만큼 장비와 인력 채용 현황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안전관리계획서에서 확인된 바처럼 사전에 예고된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한 채 해체가 진행됐는지도 관건이다. 8개월 전 시공사에서 작성한 안전관리계획서 상에는 허용 불가 수준을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명시된 바 있다.
사고는 전체 63m 높이 보일러 타워 중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발생했다. 통상 최상층부터 시작해 상층 부재의 내장재 철거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는 아래층 주요 지지대를 절단해선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해체 작업은 위험도가 높아 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서에 ‘상부→하부’ 원칙을 내세웠지만, 실제 공사는 정반대인 ‘하부 우선 철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파 전 ‘본관동 하부 14m 구간은 사전에 철거(기계식 철거)’하고 남은 기둥마저 ‘가우징(산소 절단)’으로 깎아냈다. 때문에 설계 때 누가 어떤 식으로 사전 파쇄 범위와 철근 절단 방법 등을 변경하고 지시했는지에도 수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붕괴한 보일러 타워가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로 분류돼 지자체 사전 심의 등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체 계획을 정밀하게 세우고 제대로 감리를 받았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수사의 범위는 발주처와 공사 원·하청 등 사이에 체결된 공사 계약 내용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사고가 난 5호기 양옆에는 나란히 서 있는 4호기와 6호기를 해체하고 난 이후에 본격화한다. 경찰은 5호기와 구조가 동일한 4, 6호기 해체 전 사진·영상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수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감식은 다음 주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선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 해체 공사의 기술시방서에는 발주처인 동서발전의 계약 상대가 안전부터 공정, 화재 예방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