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에서 펼쳐지는 이재명 정부 규탄 장외 집회의 첫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PK)을 찾았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적극 부각하고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 당락을 가를 핵심 승부처인 PK에서 여론전을 통해 해양수산부 이전 등으로 요동치는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와 북구 구포시장을 찾은 뒤 오후에 중구 광복로에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를 가졌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은 항소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총체적 포기 정권이다”며 “대한민국을 포기했고, 국민을 포기했고, 자유를 포기했고, 법치를 포기했고, 청년들의 미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민생소비쿠폰 발행, 고환율, 대미 관세 협상, 내년도 예산안 등을 거론하며 “경제도 민생도 포기한 정권이다”고 힐난했다. 이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도록 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더 센 상법’으로 우리 기업들의 목을 조르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을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을 향해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싸워야 할 때”라고 결집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내년 지선은 국민의힘을 지키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선거”라며 “이재명이 대한민국을 끝내려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끝내려 하고, 청년들의 미래를 끝내려 하고, 법치주의를 끝내려 할 때 우리는 이재명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어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집회에서도 정부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날이 김영삼 전 대통령 10주기인 것과 관련, “김 전 대통령은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로 단결이라 말씀했다. 우리 하나로 뭉쳐서 싸워야 할 때”라며 “이재명이 저희의 목을 비틀어도 반드시 이재명의 재판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장외 집회에 앞서 부산에서는 북구 구포시장, 울산에서는 울산상의를 찾아 지역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며 대여공세와 동시에 민생 행보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구포시장 상인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곳에 오니 부산시민과 경남도민들의 삶 자체라는 것이 느껴진다”며 “전통시장이야말로 민생의 척도라 생각하고, 정치에서 늘 관심을 갖고 도와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여러 가지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전통시장 상인 분들 여러 어려움이 있을 텐데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듣고 도와드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대 상인회장 등 시장 측 관계자들은 시장 주차장 증축과 냉방 시설인 쿨링포그 설치 지원 예산 등을 건의했다. 이에 장 대표는 “주차장하고 구포국수 한 그릇하고 바꾸는 겁니데이”라고 사투리로 화답하며 “400년 전통의 구포시장이 현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명품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과 울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장외 집회는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 첫 일정이다. 다음날엔 경남에서 3회차 집회를 이어간다.
이처럼 장 대표가 장외 투쟁을 부울경에서 시작하는 것은 내년 6·3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탄핵과 대선 패배로 내몰린 위기에서 탈출할 ‘반등 기회’로 보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한 상태인데, 특히 민주당이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PK 수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취임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부산에서 열었고, 특히 충청 출신으로 해수부 이전에 반대했던 입장을 180도 바꿔 해수부 기능 강화를 비롯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역 불균형을 극복할 새로운 중심축으로서 부산 발전에 모든 당력을 쏟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PK에서는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PK는 전통적으로 보수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위기론이 커지는 것이다. 결국 민심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PK를 찾아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내년 PK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게 최후 방어선과 같은 지역이기도 하다. PK마저 내주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에 고립된 그야말로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