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인근의 국제장여관은 1960년대 옛 여관 건물이 개화기 콘셉트 숙소로 재탄생 된 곳이다. 사진은 숙박 이용객이 개화기 의상을 체험하는 모습. 국제장여관 제공
오래된 여관과 빈집 같은 유휴 건물이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바뀌면서 쇠퇴하던 골목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있다. 부산 원도심 곳곳의 낡은 건물이 ‘머무는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 서면 부전시장 인근의 ‘국제장여관’은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1960년대에 지어진 옛 여관 건물을 2년 가까이 방치된 상태에서 매입해 6개월간 전면 리모델링한 뒤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높은 층고, 좁은 방, 목재 난간 등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전체 공간을 ‘개화기 감성’ 콘셉트의 체험형 숙소로 구성했다.
국제장여관은 11개 객실의 작은 공간이지만 객실, 라운지, 프라이빗 자쿠지 등 공간 자체가 촬영 명소가 되면서,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핵심 콘텐츠는 ‘개화기 의상 체험’이다. 의상은 시즌별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남성 고객의 요구로 남성복도 갖췄다. 황현주 대표는 “특히 외국인들이 개화기 콘셉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부전시장 연계도 시도 중이다. 숙박객에게 시장 추천 동선을 안내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투어·조식 파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중화권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파티를 진행했는데, 케이터링 음식 대부분을 부전시장 닭강정·과일 등으로 구성했다. 대만 GTV 방송팀도 최근 이곳을 방문해 촬영했고, 12월 방영 예정이다. 국제장여관은 오픈 두 달 만에 주말마다 만실을 기록 중이다.
빈집을 숙박과 생활 인구 유입의 거점으로 바꾸는 공공 모델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의 ‘모디하우스’는 원도심·산복도로·이바구길 등 빈집 밀집 지역의 유휴 주택을 개보수해 장단기 체류 숙소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모디하우스 1·2·3호점은 지역 특색을 담아 운영된다. 산복도로는 부산항 전망을 살리고, 이바구길은 근현대사 골목과 연계했다. 지난해 이용객은 644명, 매출은 2759만 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지역 상권 방문과 골목 소비 증가 등 체류형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부산 동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본격적인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니크 동구’ 사업의 핵심은 산복도로·수정동 일대 빈집을 문화·전시·휴식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첫 사업인 ‘산복고방’은 빈집을 고쳐 지역예술가·주민·관광객이 함께 쓰는 다목적 열린 공간으로 조성된다. 두 번째 사업인 ‘산복다락방’은 수정동 구역 단위 빈집 정비사업(총 7개 동 철거, 2개 동 매입 완료)을 기반으로 ‘옥상과 옥상을 연결한 독특한 외관’의 문화 공간을 만드는 내용이다. 두 사업 모두 초량168계단 하늘길·이바구길과 인접해 관광 동선과 결합하기 좋은 입지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낡은 여관이나 빈집이 체류형 숙박으로 전환되면서 지역 관광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며 “원도심 생활 문화·골목 자원을 접목하면 지역 소비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