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대학병원 모습. 의료진이 환자 진료 상황을 살피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소아 응급진료기관을 추가로 확충하기 위해 올해 3번이나 공모를 냈지만, 의사를 밝힌 병원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전공의 복귀 직후인 9월 올해 마지막 공모가 이뤄졌음에도, ‘지역’일수록 ‘필수과’일수록 심각한 인력 부족의 난을 넘지 못했다. 부산은 전체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소아 응급진료 가능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2027년부터 시행될 지역의사제와 같은 지역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기관 전담 인력 인건비 지원 사업 재공모에 지원한 의료기관은 없었다.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기관은 부산시가 지난해 발표한 ‘부산형 소아 의료체계 운영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시는 부산 소재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선정해 인건비 3억 원가량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개소 개설을 목표로 나섰으나 해운대백병원 1곳만 지정하는 데 그쳤고, 올해도 결국 추가 확충이 무산됐다. 올 1월, 5월, 9월 공모를 실시했지만 의사를 보인 의료기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에 다시 모집을 해보고자 한다”며 “문제는 24시간 응급 진료를 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연이은 확충 실패는 비수도권의 고질적인 소아청소년과 인력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했지만 ‘지역’ ‘필수과’는 예외적이었다. 부산시의 올해 마지막 공모 또한 전공의 대거 복귀가 이미 이뤄진 9월 중순에 진행됐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70.9%가 서울에 있고, 부산·경남 지역에는 12.1%만 일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으로 추정된다.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서 월 100만 원의 정주수당을 받는 이들은 현재 9명에 불과하다.
이런 탓에 부산은 전국에서도 소아 응급진료 자원이 가장 부족하고,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인 강원보다도 열악한 것으로 추정된다.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광역·지역 응급의료기관 29곳 중 24시간 소아응급 진료가 가능한 곳은 단 1곳이었다. 이는 전체의 3.4%에 해당한다. 대표적 의료 취약지인 강원은 응급의료기관 22곳 중 1곳(4.5%)만 24시간 소아응급 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부산의 상황을 감안하면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내년 부산 공공어린이병원이 착공하는 등 지역 소아의료 강화를 위한 ‘건물’이나 ‘체계’는 마련될 전망이나, 막상 그 안에서 일할 의사 구인은 난항이 예상된다. 부산의 한 의료진은 “의료 소송에 걸리면 신생아의 경우 배상금액이 막대하다보니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이 거의 없다”며 “또 의사들 입장에서는 부산 정주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시에서 100만 원을 지원해 주지만 누가 100만 원을 받고 부산까지 내려오겠냐”고 밝혔다.
이르면 2027년부터 선발하게 될 지역의사제의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으나, 선발 이후 훈련·배치 이후 효과는 최소 10년 이후에야 나타나는 만큼 당장의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