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새 수장에 강성 이종철 당선

입력 : 2025-12-10 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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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누진제·주 35시간 도입” 등 공약
현장 권력 복원에 내년 노사 관계 격랑 예고

이종철 11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제공 이종철 11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강성 성향의 이종철(53) 후보가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현장 권력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퇴직금 누진제 도입과 주 35시간 근무제 등 민감한 공약을 제시해 향후 노사 관계의 격랑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0일 치러진 제11대 임원 선거 결선 투표 개표 결과, 기호 1번 이종철 후보가 1만 7879표(54.58%)를 득표해 임부규 후보(1만 4228표·43.44%)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1996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장 조직인 ‘금속연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2008년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을 주도하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강성 행보를 보여왔다. 이후 노조 대의원, 울산4공장 사업부 대표, 단체교섭 위원, 울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 위원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과 조직력을 다졌다.

이번 선거에서 이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실리를 극대화하는 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퇴직금 누진제’ 도입이다. 근속 5년부터 구간별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7개월 치(20년 이상) 퇴직금을 더 얹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평균 임금이 1000만 원인 근로자가 28년을 근무할 경우, 기존 산정액보다 약 7000만 원이 늘어난 총 3억 5000만 원을 받는 구조다. 이 밖에도 상여금 800% 쟁취,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근로 조건과 채용 방식의 변화도 예고했다. 이 당선인은 내년부터 연구·일반직과 전주공장을 시작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연구·일반직은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기술직(생산직)은 매일 근무 시간을 1시간씩 줄이는 내용이다. 당선 직후 전담팀(TFT)을 꾸려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년퇴직 인원에 비례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고 울산·전주 등 공장 소재지 출신 지원자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지역 밀착형 공약도 제시했다. 고용 안정을 위해 전동화 및 해외 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력을 강화하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사측의 경영권이나 인건비 부담과 직결된 사안이라 향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신임 지부장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을 강조하며 당선된 만큼, 임기 초반부터 공약 이행을 위해 사 측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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