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증시로 뛰어든 저축은행…변동성 확대 우려

입력 : 2025-12-21 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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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유가증권 40%↑, 잔액 12.5조 원
“대출 위축 만회하려 공격적 투자” 지적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가 올해 들어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가 올해 들어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가 올해 들어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등으로 영업 여건이 악화되자 자기자본으로 투자 수익을 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유가증권 잔액은 총 12조 5000억 원으로 작년 말(8조 9000억 원)과 비교해 40.5% 증가했다. 유가증권 잔액은 지난 2022년 말 6조 7000억 원에서 2023년 말 8조 2000억 원으로 22.4% 늘고, 지난해 말 8조 9000억 원으로 8.5%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비해 올해 증가세는 가파른 수준이다.

상위 10개사를 보면 애큐온저축은행은 올해 유가증권 잔액 증가율이 무려 400% 이상이었다. 작년 말 1986억 원에서 지난 9월 말 9975억 원이 됐다. 증가율 기준으로 신한저축은행(92.5%), 웰컴저축은행(62.5%), 하나저축은행(48.4%), DB저축은행(3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 잔액 자체는 OK저축은행이 2조 79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애큐온저축은행(9975억 원), SBI저축은행(8402억 원), 웰컴저축은행(7400억 원), 한국투자저축은행(6123억 원) 등 순서였다.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 급증의 배경에는 대출영업 위축이 있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기존에는 연 소득 최대 2배수까지 가능했던 신용대출 한도가 1배수 이내로 축소되면서 가계 신용대출 공급길이 축소됐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과 각종 규제로 어렵다. 이처럼 본업이 여의치 않아지자 저축은행 업계는 이자수익 대신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며 수익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스피가 4000을 넘어서며 유례없는 증시 활황이 나타나 저축은행 업계의 주식투자 수요를 한층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부실 정리를 위해 조성된 정상화펀드로 대출채권을 매각한 뒤 출자하는 과정에서 유가증권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다만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이 늘어날수록 각종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저축은행 대출채권 수익률이 가계 중금리는 약 16%, 기업은 6∼7%이다 보니 이를 능가하는 수익을 거두려고 국공채와 같은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상화 펀드로 매각된 저축은행 사업장 상당수는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향후 저축은행의 펀드 관련 유가증권이 손실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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