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개편을 예고했다. 부실·좀비기업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퇴출하고, 혁신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은 쉬운 반면 퇴출은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실상 방치돼 온 시장 환경을 이제는 바로 잡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주가 1000원 미만 이른바 ‘동전주 퇴출’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도려내겠다는 조치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썩은 상품’ 지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코스닥 시장을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동전주 요건 신설 등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기존 예상 50개 내외에서 약 150개, 최대 220여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성과를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신규 상장은 늘었지만 투자자의 수익과 신뢰는 오히려 후퇴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남발로 버티는 기업, 테마와 루머로 주가를 부풀린 종목, 작전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동전주는 그 결과물이다. 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건전한 시장이 아니라, 방치된 시장이 만들어 낸 가격표인 셈이다. 신뢰를 잃은 시장에서 혁신기업과 투자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초점이 코스닥 정상화에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글로벌 시장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구조개혁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흡수할 여지가 있다. 시장 신뢰 회복이 성공한다면 코스피에 이어 이제는 코스닥 상승장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물론 상장 문턱을 높이고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실제적인 부실·좀비기업의 정리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최대 220개, 전체의 약 13% 수준에 달한다. 그만큼 코스닥이 문제 기업을 오래 방치해 왔다는 방증이다.
코스닥이 과거처럼 투기장에 머물지, 혁신의 시장으로 돌아갈지는 이번 개편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었지만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정책 집행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