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밤 사이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으로 공격한 석유저장 탱크 위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란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부산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부산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 상승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물량 감소·원가 압박·고유가·고환율의 4중고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지역 주력 산업 전반이 비용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부터 지역 기업 등으로부터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6일부터 중동 사태 피해 사례도 접수받기 시작했는데, 현재 소비재 업체 2곳이 사례를 접수했다. 지난해 중동 15개국에 수출한 부산 기업은 총 1962곳이다. 중동에 진출한 부산 기업도 3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기업들은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에는 윤활유, 페인트, 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을 가공하는 중소 제조업체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업종은 원재료 대부분을 석유계 제품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곧바로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철강, 화학 산업 등 부산의 핵심 제조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면 지역 협력업체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산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OEM)들이 중동에 판매하는 자동차 생산량을 조정하면 협력업체 물량도 덩덜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부산에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많은데, 운임비 상승까지 우려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쟁 장기화로 물류 불안까지 겹칠 경우 경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악영향도 크다. 최근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 선까지 위협하면서 지역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 지역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에 어느 정도 내성을 키워왔으나, 1500원이라는 상징적 저항선이 무너질 경우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제품을 수입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원단, 타이어 유통업체 등이 가장 직격타를 맞았다”며 “악조건 속에서 수출을 하려고 해도 현재 중동으로 물량을 보내는 배가 안 잡힌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책 마련에 나선 부산시는 기업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지역 기업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들이 물류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피해가 확인될 경우 정책자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