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2.0% 성장을 기대하던 한국 경제가 ‘중동 사태’라는 돌발변수를 만나 요동치고 있다. 경기 회복은커녕 성장은 둔화하는데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란 공습에 따른 유가 폭등이 분위기를 한순간에 급변시켰다.
중동사태가 관련 국가간 합의를 통해 빠르게 마무리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해 한국경제에 얼마만큼 여파를 미칠지 우려된다.
9일 오전 미국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하면서 10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는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다. 제조업 전반에 기름을 안 쓰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상품과 용역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49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으로 집계됐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 이후 가장 높다.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날 3조 2000억 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9일 채권시장 장 초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2% 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설비투자를 지연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올해 한국경제가 2.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짠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 경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국내증시가 유례없는 급등장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성장률 2.0% 전망은 배럴당(두바이유) 62달러를 기준으로 했다.
이제는 국제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더구나 앞으로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몰라 오로지 중동 전황만 쳐다보는 형국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8%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 포인트 급등한다고 예측했다. 당초 올해 기업실적 호조로 법인세가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기업실적이 나쁘면 지난해와 같이 큰폭의 재정적자가 오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이달 말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사태가 빠른 시일내 마무리되지 않으면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