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전쟁이 발발하기 전 국제 기름값은 두바이유 선물을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다. 환율과 국제 원유의 원가, 보험 등을 고려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세전 평균 리터당 700원선. 여기에다 일반적으로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리터당 900원 정도의 각종 세금을 더하면 리터당 1600원대의 시중 휘발유 가격이 나온다.
이런 시중 휘발유 가격이 지난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하루만에 1800원대 전후로 급등했다. 세계 4~6위 수준으로 최상위권의 석유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기름값은 왜 이렇게 한순간 급등하는 것일까. 석유는 가격 급등락에 대비하기 위해 선물거래를 통해 수개월 전 구매했을 텐데도 이처럼 현재 가격이 순식간에 폭등하자 소비자들의 분노가 거세다.
이번 전쟁처럼 석유의 주 수송경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선박의 피습 가능성이 높아지면 당장 전쟁 위험 보험료가 급등한다. 이는 두바이유 선물거래 가격을 배럴당 90달러 이상 수준으로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환율과 보험료 상승분을 반영하면 국내 수입 원가는 하루 사이 대략 리터당 200원 이상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기름의 국내 판매 가격 기준을 이미 보유한 재고 기름의 원가가 아니라 재고를 다시 채우는 비용으로 정하려 한다. 선물거래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정유회사이지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일선 주유소에도 똑같은 효과를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 전쟁이 끝나고 나면 기름값은 얼마나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게 될까.
일단 정유사들은 전쟁 기간 선물거래를 통해 비싸게 사들인 원유 제품 재고가 아직 남아 있으므로 전쟁 전 가격으로 속히 내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기름값엔 원가보다 높은 각종 세금이 반영돼 있어 하방 경직성이 더욱 커진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의 조치로 가격을 끌어내린다 해도 위급한 사태가 끝나면 세금은 곧바로 복원된다. 정유사가 선물거래로 비싸게 확보한 원유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단기간 가격 인하 폭이 제한적이라 느껴지는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경제학에서는 ‘로켓과 깃털’ 현상이라 부른다. 기름값이 오를 땐 로켓처럼 빨리 상승 요인들이 반영되는 반면 내릴 땐 깃털처럼 천천히 하락 요인들이 반영된다는 뜻이다. 깃털처럼이라도 어서 빨리 중동 전쟁이 종결돼 하락 요인들이 꾸준히 반영됐으면 한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