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시장 채웠던 60년 역사 ‘경매사 소리’ 사라진다… 전자경매 도입 잰걸음

입력 : 2026-03-31 21:33:00 수정 : 2026-03-31 21: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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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목표 전자 경매 ‘잰걸음’
부산어시장 전문가협 3일 결성
수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선도
전국 위판장 확산 표준모델 제시

지난 1월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손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1월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손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60년간 이어졌던 부산공동어시장 ‘수지 경매’(손가락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이 준공되는 2030년 도입을 목표로 관련 시스템 개발과 제도 정비에 나선다. 전자 경매가 도입되면 위판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경매의 투명성 향상과 더불어 물류 흐름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공동어시장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산시는 오는 3일 ‘현대화·전자 경매 도입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이들 협의체는 현장 수요를 반영한 전자 경매 플랫폼 개발부터 법·제도 정비, 예산 확보 방안까지 도입을 위한 전 과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어시장은 이번 시스템을 전국 위판장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모델로 개발해, 국내 수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협의체에는 국립부경대학교,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법률 전문가 등도 참여한다. 학계와 법조계를 참여시켜 전자 경매 운영 방식 전반을 세밀하게 논의해 준비할 예정이다.

어시장은 1963년 개장 때부터 손가락으로 경매가격을 제시하는 ‘수지 경매’ 방식을 사용해 오고 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상자 당 가격을 경매하면,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낙찰을 받는다. 기록 또한 수기에 의존해 정보 공유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어획물이 상온에 노출돼 신선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어획물 정보와 낙찰 결과를 적는 어획물 기록장. 전자경매가 도입되면 이곳에 기록되는 정보가 전부 디지털로 전환된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어획물 정보와 낙찰 결과를 적는 어획물 기록장. 전자경매가 도입되면 이곳에 기록되는 정보가 전부 디지털로 전환된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협의체는 기존의 수기 기반 정보 입력 체계를 전산화하고, 이후 시스템이 안착되면 장기적으로 전자 경매를 도입할 계획이다. 우선, 어획 정보를 수기로 기록하던 ‘판매 기록장’을 디지털화해 중도매인 등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단계에선 기존처럼 수지 경매를 진행하되, 관련 정보를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방식은 수하 안내원이 어선 정보와 조업 해구를 기록하고, 경매 결과 역시 속기사가 수기로 작성한 뒤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이중 절차를 따랐다.

협의체는 또한 나아가 AI 학습을 통해 선박의 냉장 설비 역량을 분석하고, 샘플 사진만으로 신선도를 판별하는 고도화된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원격 경매 환경이 조성되면, 기존의 수지 경매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어획물을 바닥에 진열하는 바닥 경매도 불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수산물 유통의 고질적 문제였던 선도 저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위생적인 위판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정필 KMI 수산연구본부 실장은 “전자 경매 도입으로 경매 속도가 빨라지면 어획물의 상온 노출 시간을 단축해 신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여기에 축적된 모든 거래 데이터는 담합 방지와 공정한 가격 형성에 기여함은 물론, 운영비 절감과 스마트 위판장 모델의 글로벌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에 개발되는 전자 경매 시스템은 부산공동어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지의 위판장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범용 플랫폼’을 지향한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현재 부산은 수지 상향식 경매를 택하고 있지만, 전국 위판장마다 경매 방식이 제각각인 상황”이라며 “부산이 선제적으로 다양한 경매 환경에 대응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위판장으로 확산시키는 표준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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