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울경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 후보가 속속 확정되면서 여야 후보 간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PK 지역이 전국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 유권자들의 관심도 달아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교육감 선거는 좀체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부산교육감의 경우 선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4선에 도전하는 진보 성향 김석준 현 교육감은 부자 몸조심하듯 예비후보 등록을 미루며 현직 인지도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 보수 성향 최윤홍 전 부산교육청 부교육감이 예비후보 등록 후 본격 선거 행보에 나서 진보와 보수의 1 대 1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호환 전 동명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단일화를 통한 컨벤션 효과’ 필요성이 거론되며 후보 발굴을 시도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박종훈 현 교육감의 3선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남교육감 선거는 오히려 후보 난립이 골치다. 한때 20명을 웃돌던 후보군은 6명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권순기 전 경상국립대 총장, 송영기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 김승오 전 청와대 교육행정관, 오인태 전 남정초등학교 교장, 김준식 전 지수중학교 교장이 여전히 진영별 합종연횡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뜨거운 입후보 경쟁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반응은 싸늘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71%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라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천창수 현 교육감 불출마로 역시 무주공산이 된 울산교육감 선거전은 보수 진영 김주홍 전 울산대 교수와 진보 진영 조용식 전 울산교육감 비서실장, 구광렬 울산대 명예교수의 3파전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인데 유권자 무관심은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도 17개 시도의 교육감 선거 양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감 직선제 역사는 1991년 교육자치제 도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위원과 학교운영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출발했는데 비리와 담합으로 얼룩지자, 일반 유권자 전체로 확대됐다. 2006년 교육자치법 개정 후 실시된 직선제 첫 무대가 2007년 부산이었는데 투표율은 15.3%에 그쳤다.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시행된 부산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난립과 낮은 인지도 속에 정책 대결이 아니라 누가 기호 1번을 뽑느냐에 관심이 집중됐고 실제 1번이 당선됐다. 이름하여 ‘로또 교육감’의 등장이었다.
이후 교호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유권자의 무관심과 단일화를 둘러싼 이전투구가 교육감 선거의 주된 쟁점이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낙마로 치러진 지난해 4월 재선거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압도했고 투표율 또한 22.8%에 불과했다. 2007년 첫 직선제 후 27년 동안 유권자 무관심과 ‘후보들만의 단일화 게임’이라는 기형적 직선제 문제점은 고스란히 누적돼 온 것이다. ‘로또’가 ‘깜깜이’로 대체된 정도다.
그러는 사이 교육자치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교육 현장의 이념화와 교육의 질적 저하, 비리 교육감 양산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직선제 이후 선거 부정 등으로 수사받거나 법정에 선 직선 교육감만 20명이 넘는다. 교육 예산과 인사권을 움켜쥔 막대한 권력의 교육감을 ‘깜깜이 선거’로 뽑아온 결과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앞세우지만, 실상은 정당 선거보다 더 혼탁한 진영 선거의 양상을 띄는 게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다. ‘인지도 깡패’라는 용어까지 생겼고 막대한 선거 비용은 참신하고 능력있는 교육 전문가에게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민주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투명하지도 못한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자치라는 명분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교육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지금의 기형적 제도로 시대적 요구와 미래 지향적 교육 발전을 이끌기 어렵다. 러닝메이트와 공동등록제, 정당 공천제, 임명제, 선거 연령 하향 등 다양한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이런저런 정치적 셈법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는 현재를, 교육은 미래를 바꾼다’라고 했는데 지금의 제도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지난해 대통령 주재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한 학부모가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중학생부터 교육감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대통령께 꼭 부탁하고 오라고 했다”라고 전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부는 자기들이 하는데 왜 교육감 투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느냐는 것이었다. 작금의 교육감 선거 현실을 생각하면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