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립부경대 캠퍼스(시계 방향) 전경과 1996년 통합 부경대의 모습. 1966년 백경호가 북태평양 시험 조업 성공 행사. 국립부경대 제공
부산 고등교육의 여명을 연 국립부경대학교의 역사는 대한민국 근현대 산업 교육의 개척사다. 그 뿌리는 1924년 설립된 부산공업대학교와 1941년 설립된 부산수산대학교라는 두 거대한 학문의 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대학은 1996년 종합국립대학 최초로 통합을 선언하며 국립부경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대학사에서 국립대 간 통합을 통한 혁신 모델의 가장 성공적인 효시로 평가받는다.
두 대학의 실제 설립 연도는 훨씬 앞서지만, 국립부경대학교는 일제강점기 이후인 1946년을 공식적인 개교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통합 당시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정해진 것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국립대학들이 광복 이후인 1946년을 개교 기점으로 삼는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
■민간의 열망이 만든 ‘부산 최초 대학’
‘부산 최초의 대학’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는 대학의 전신 중 하나인 부산수산대학교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1941년 부산고등수산학교라는 명칭으로 출발한 이 학교는 당시 부산에 생긴 첫 번째 고등교육기관이었으며, 전국적으로는 한국 최초의 수산고등교육기관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학교의 설립 과정은 당시 수산인들의 드라마틱한 헌신이 담겨 있다. 1920년대부터 고등수산 전문 인력 양성을 바라는 사회적 갈망이 들끓었고, 특히 정어리 어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전문 기술자 수급이 절실했던 수산업계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수산업계는 ‘학교 설립 기금은 민간이 직접 기부하여 조성한다’는 유례없는 기치 아래 ‘고등수산학교설립기성회’를 조직했다. 전국적인 모금 운동 결과 기성회가 100만 원, 조선수산회가 250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았으며, 여기에 국비 17만 5000원이 더해져 수업연한 4년의 학교가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는 민간 기부금이 국립대학 설립의 결정적 토대가 된 드문 사례로, 부산시가 발행한 ‘부산 기네스 125선’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업과 수산이 걸어온 굴곡의 역사
또 다른 한 축인 부산공업대학교 역시 1924년 설립됐다. 근대 공업기술 교육기관의 효시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격동기 속에서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공학 전문가들을 쉼 없이 양성해 왔다. 부산공업대는 직업학교에서 시작해 공업학교, 공업고등전문학교, 공업전문대학, 개방대학을 거쳐 공업대학교와 산업대학원에 이르기까지 70여 년간 끊임없는 학제 개편을 단행하며 대한민국이 공학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부산수산대학교는 1960년대 원양어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올랐을 때 그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64년 정부는 국가 예산의 무려 0.1%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최첨단 장비를 탑재한 새 실습선 ‘백경호’를 건조해주었을 정도다. 1966년 백경호가 우리나라 최초로 북태평양 원양어업 시험조업에 성공하며 수산해양 강국의 문을 연 사건은 대학의 자부심을 넘어 국가 경제의 활로를 뚫은 쾌거였다. 또한 부산수산대는 국가 교육 정책에 따라 1946년 부산대학교와 한 차례 통합과 분리를 거친 뒤 1962년 다시 통합됐다가 1964년 분리되는 등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하며 전문성을 다져왔다.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비상
두 대학은 1996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전격적인 통합을 결정하며 국립대학 발전 방향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통합 이후 국립부경대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1998년 경영대학원, 2006년 국제대학원(현 글로벌정책대학원), 2013년 글로벌수산대학원, 2016년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차례로 신설했다. 최근에는 2021년 학부대학, 2022년 정보융합대학을 신설하며 미래형 융합 교육 체계를 선도하고 있다.
오늘날 국립부경대학교는 인문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경영대학, 공과대학, 수산과학대학, 환경·해양대학, 정보융합대학, 글로벌자율전공학부,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미래융합학부 등 총 11개 단과대학 및 학부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반대학원 및 5개 특수대학원, 1개 전문대학원을 거느린 거대 학문 공동체로서 재적생은 2만 2000여 명에 달하며, 교수진만 630여 명에 이른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