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늘고 수면 줄고… 부산 초등생 ‘건강 적신호’

입력 : 2026-05-04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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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진학 대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놀 공간 부족에 신체활동도 줄어
초등 5학년부터 우울 증세 급증
6시간 이내 수면비율 크게 늘어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초등 6학년 A 군은 학교 수업 후 영어와 수학 학원을 마치고 오후 7시께 집에 온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보지만 친구는 없다. 결국 스마트폰을 들어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오후 10시. 부랴부랴 학원 숙제를 하다 자정을 넘는 일이 다반사다.

부산 지역 초등학교 고학년, 특히 5학년을 기점으로 아이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린이’의 일상은 사라지고, 입시에 내몰린 ‘예비 중학생’으로 생활하며 신체·정신 건강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부산 초등학생들 중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내인 학생의 비율은 4학년 때까지 0.64%에 불과했으나, 5학년 2.39%, 6학년 4.33%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학년이 높아지면서 사교육 시간의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고학년이 되면 동네 교습 학원에서 대형 학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늘고, 학원 수업 시간과 숙제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취침 시간이 뒤로 밀리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이 줄어든 자리에는 운동 대신 정적인 활동과 스트레스가 들어찼다. 부산 초등학생의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실천율’은 4학년 64.29%에서 5학년 59.86%, 6학년 55.87%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반면 온라인 이용 시간은 늘어난다.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 및 게임을 이용하는 비율’은 4학년 23.30%에서 5학년 40.07%, 6학년 45.22%로 늘어난다. 5·6학년 학생 10명 중 4명이 매일 2시간 이상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신체활동 감소는 단순히 ‘학습 시간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놀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아파트 놀이터의 경우, 통상 8시 이후로는 소음 민원을 이유로 이용이 어려운 데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위주 시설이 대부분이다. 상당수의 초등학교 운동장은 오후 시간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동래구의 한 초등 5학년 학생은 “주말에 시간이 생겨 아파트 놀이터를 가면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 놀고 있고, 조금만 활동적으로 놀면 어른들이 어린 애들이 위험하다며 눈치를 준다”며 “마음 편히 공을 차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은 중학교 형들 차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한 생활 패턴이 정서 문제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4학년 당시 0.20%였던 무기력과 우울감 경험 비율은 5학년 1.53%, 6학년 3.18%로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저학년 중심의 초등 정책과 청소년 중심의 정책 사이에서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정서적·신체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최근 사춘기 진입 연령이 빨라지면서 초등 고학년 시기에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정서적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나이 또래를 위한 독립적인 놀이 공간과 신체 활동 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부모는 물론 제도적으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