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중인 '골동' 작품을 설명하는 젊은 수집가 향운재(박영빈). 김은영 기자 key66@
18세기 한글 소설인 '조웅전' 목판을 재활용해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주칠향합. 김은영 기자 key66@
“여기서 주목할 것은 향합인데, 뚜껑이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조선 후기 때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소설은 서점들이 목판으로 대량 찍어내는데 그걸 방각본이라고 하고, 그중 하나인 한글 소설 ‘조웅전’으로 만든 걸로 확인됩니다.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목판이 일본으로 흘러가서 동그랗게 자른 뒤 주칠(朱漆)해서 향합으로 만든 것이지요. 오늘날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목판이 적다 보니 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 동구 복합교육문화공간 오!초량(등록 문화재 제349호)이 개관 101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부터 올해 첫 기획 전시로 열고 있는 ‘젊은 골동, 오초량’ 오프닝 때 만난 1993년생 젊은 수집가 향운재(박영빈)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저 그런 향합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쳤지만, 자칭 ‘프로 골동러 n년 차’라고 말하는 향운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가치가 새삼스럽다. 그는 나무로 만든 19세기 여래좌상, 스리랑카 사리탑, 조선 후기 와룡촛대와 금강령, 조선 말기 향완과 향합, 똬리 모양 중국 염주함, 19세기 일본 병향로, 5세기 청자 승반 삼족향로 등을 선보였다.
애체(靉靆)라고 부르는 천연 수정으로 만들어진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이는 젊은 수집가 향운재(박영빈). 김은영 기자 key66@
오초량 2층 공간. 오자크래프트의 도자와 향운재가 꾸민 도코노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오초량에서 전시 중인 갓과 갓끈을 벽에 걸어둔 모습으로, 의외로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향운재는 설명한다. 김은영 기자 key66@
고복희가 선보인 실크 방석 위 '오자크래프트 불상'. 김은영 기자 key66@
오프닝에 맞춰 부산을 찾은 향운재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차림이었는데 “최근 갓 인기가 높아지면서 갓값도 덩달아 뛰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갓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도 알려준다. “종종 인터넷 등에서 ‘신분이 낮은 이는 작은 갓을 쓰고, 신분이 높은 양반은 큰 갓을 썼다’라는 설명이 보이는데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양태(둥근 챙)의 너비나 대우(갓 위로 솟아 있는 몸통 부분)의 높낮이는 시대별 유행 또는 당시 나라가 정한 규정이 달랐기 때문이고, 오히려 갓끈에 사용된 보석의 종류나 길이에 따라 그 사람의 경제력이나 지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향운재뿐 아니라 고복희, 고요, 민예사랑, 사로, 오얏, 오자크래프트, 이도옥션, 큐레이티드 컬럼스 등 9명(팀)의 ‘젊은 골동’(팀)이 함께한다. 오초량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옛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과 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해 가는 충만한 경험을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면서도 “‘젊은 골동’은 과거의 유물과 취향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향유하는 태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오초량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에서 모셔 온 무신상(당신)들. 김은영 기자 key66@
오초량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에서 모셔 온 무신상(당신)들. 김은영 기자 key66@
고요가 꾸민 책가도. 김은영 기자 key66@
사로가 선보인 토기 골동. 김은영 기자 key66@
민예사랑이 장식한 공간. 김은영 기자 key66@
이도옥션이 전시한 기물들. 김은영 기자 key66@
오얏이 선보인 정수경 작가의 오리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오자크래프트의 '오자' 작가가 만든 도자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고가구 상점 ‘고복희’는 제주도의 각 마을을 지키던 수호신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조선 이후 석물인 무신(당신)을 소개한다. 20개의 무신상은 당집을 떠나 오초량에서 신들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1996년생 한약사 ‘고요’는 책가도 형식으로 전시 공간을 꾸몄다. 차와 향, 그리고 꽃을 주제로 하면서도, 보고 쓰는 고미술을 넘어 쓰고 마시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큐레이션을 선보였다. 1995년생 ‘사로’는 토기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해 온 작가로서 자연스럽게 골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모으는 것도 토기류이다. ‘오자’(도자 작업)와 ‘제비’(사진)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오자크래프트는 한국의 옛것에 영감을 얻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오자가 만든 도자기가 골동 속에 섞여 있으니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이것도 골동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그때가 가장 기분 좋다”는 말을 들려준다.
오초량 최성우 대표는 “오래된 취향의 새로운 모습을 공유하는 ‘젊은 골동’팀의 감각과 백 년의 시간을 품은 오초량이라는 공간이 서로 닮은 듯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를 소환함으로써 현재를 다시 바라보는 ‘젊은 골동’의 시선과 함께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백 년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 5일까지(네이버 사전 예약). 입장료는 2만 8000원(전시 관람, 차바구니, 다식 포함).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