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등록한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30대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모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힘 공천권을 뺏긴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의 아픔을 겪은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의 길을 따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태생인 한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서 거대 양당의 후보들과 겨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 당시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해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공영운(민주당) 후보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한정민(국민의힘) 후보와 붙어 42.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곳은 현대차 연구소,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아 이 대표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36세의 나이에 최연소 당 대표를 지낸 저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이뤄냈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반해 장 전 부원장은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가 부적절한 과거 발언으로 공천권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무소속으로 부산 수영에 출마했지만 9.18%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한 전 대표도 지연과 학연이 전혀 없는 부산 북갑에서 “부산 정치사에 새 역사를 쓰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그도 이 대표 못잖은 ‘팬덤’으로 부산 정치권 전체는 물론 북갑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한 전 대표와 친한 정치인들이 거의 매일 전국 각지에서 북갑으로 몰려들고 있고, 팬클럽 회원들도 수시로 관내 전통시장 등을 찾고 있다.
부산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역대 어느 정치인도 한 전 대표만한 팬덤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인기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부산MBC 의뢰로 한길리서치(5월 1~3일. 북구 성인 584명. 무선 ARS)가 실시한 북갑 적합도 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33.5%의 지지율로, 민주당 하정우(34.3%) 후보를 0.8%포인트(P) 차이로 맹추격하고 있다. 이곳 출신인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의 지지도는 21.5%에 그쳤다.
한 전 대표가 북갑에서 확장성을 보이면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 전 대표가 ‘이준석 모델’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층 결집과 장동혁 지도부를 비롯한 국민의힘 내부 상황 변화 등 대형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적인 ‘한동훈의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많다.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