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혐오에 갇힌 평화의 소녀상, 이번엔 자유 찾나?

입력 : 2026-05-10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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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녀상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

시·동구청 등 2년여 만에 개시
6·3 지선 이후 구체적 일정 결정
내달 처벌 규정 신설 개정법 영향
법적 보호망 안전 장치 확보 기대

2024년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검은 봉지에 덮이는 사건이 발생한 후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부산일보DB 2024년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검은 봉지에 덮이는 사건이 발생한 후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부산일보DB

부산 동구 평화의소녀상 앞을 가로막은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2년여 만에 시작된다. 다음 달부터 위안부 피해자와 피해에 대한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를 금지하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물리적 장벽 대신 법적 보호막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 주목된다.


부산시는 상반기 내 부산 동구청, 시민단체 부산평화너머와 함께 동구 평화의소녀상 바리케이드 철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구체적인 철거 일정은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시는 6·3 지방선거를 거쳐 지자체장이 취임한 이후 철거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녀상은 시와 동구청, 부산평화너머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어 바리케이드 철거를 위해 기관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다음 달 개정법이 시행되면 '안전장치'가 생기는 만큼 바리케이드 철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소녀상을 훼손하는 행위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실제로 개정법에 따른 명예 훼손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소녀상은 2024년 4월 발생한 ‘봉지 테러’를 계기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당시 한 30대 남성이 소녀상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고는 붉은색으로 ‘철거’ 글귀를 남겨 논란이 일었다. 이후 동구청과 시민단체가 동부경찰서에 바리케이드 설치를 요청했고, 경찰은 2024년 5월 바리케이드를 마련했다.

봉지 테러 이후로도 소녀상 보호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동구청 등은 지난해 3월 소녀상 앞에 훼손 금지 안내판을 설치했고, 2달 뒤 소녀상 뒤편 인도에는 안전 펜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 조성된 서울 평화의소녀상은 지난 6일, 약 6년 만에 바리케이드를 벗게 됐다. 위안부 반대 단체 대표 A 씨가 지난 3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며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초 일시적으로 소녀상 개방이 진행됐고, 한 달 만에 전면 철거가 결정됐다.

부산 소녀상도 연내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예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장소는 외교적 요소가 고려되는 민감 지역으로, 그간 기관이 공동관리를 맡으며 소녀상 훼손과 안전사고를 예방해 왔다”며 “추후 바리케이드가 사라진다고 해도 2019년부터 운영 중인 기념조형물 지킴이단을 통해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2016년 12월 31일 일본 총영사관 후문 도로에 조성됐다. 총사업비는 8500만 원으로, 168개 단체와 91개 학교 5138명이 모금에 참여해 사업비를 마련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