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평시 유지’ 결정에…삼전 노조 총파업 ‘흔들’

입력 : 2026-05-18 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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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변질 방지 평시대로 유지해야
노조 “예정대로 총파업 준비할 것”
생산 공정 전반서 차질은 불가피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오는 21일로 예고된 노조의 18일간 ‘총파업’ 강행에 큰 변수가 생겼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서 법원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가동시간·가동규모·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작업시설 손상 방지와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도 노조법 상의 보안작업으로 인정해 같은 수준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전보호시설과 변질 방지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파업 기간에도 평소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다.

핵심 쟁점은 ‘평상시’의 구체적 수준이다. 사측은 심리 과정에서 평일 인력 기준으로 의무 근무가 이행될 경우 DS(반도체) 부문 7000명, 즉 DS 인력의 8.97%·전체 인원의 5.43%만 근무하면 된다는 입장을 펴며 파업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노조 측은 결정문이 ‘평상시’를 ‘평일 또는 주말·휴일’로 규정한 만큼 노조가 주장해 온 주말·휴일 수준 인력이 인정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말·휴일 기준이 적용되면 의무 근무 인원이 평일 7000명보다 더 적어지므로 5만 명 파업 예고분 가운데 4만 명 이상이 여전히 파업에 참여할 수 있어 총파업 강행이 가능하다는 게 노조 판단이다.

더불어 노조는 사측 신청 취지의 일부를 인용한 것일 뿐이라며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의 존재·필요성 자체는 노조도 다투지 않았다는 점, 범위는 사측 주장을 인용하면서도 ‘주말 또는 연휴 인력’이라는 노조의 인력 기준을 함께 받아들인 점 등을 들어 ‘절충적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초기업노조 측은 “이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여 5월 21일로 예정된 쟁의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측 입장에 대해 회사 측은 “법원은 ‘평상시’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한다고 결정문에 명확히 적시했다”라며 “쟁의기간 중 평일의 경우에는 평일 수준의 인력을, 주말·휴일의 경우에는 주말·휴일 수준의 인력으로 안전보호시설 및 보안작업을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이후 실제 파업을 앞둔 단계에서 노사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측이 평일 기준을 폭넓게 잡아 부서별 필요 인력을 노조에 통지할 경우 노조는 결정 취지 위반으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회사 측은 “가처분 결정에 근거해 쟁의 기간에도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에 해당되는 임직원에게 별도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법원은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근로자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최승호 위원장은 앞서 3월 “파업 기간에 노조 집행부는 평택 사무실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예고했고 사업장 점거 계획을 세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번 점거 금지 결정은 사측 가처분에서 위법 쟁의 사유로 적극 주장된 부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도 파업이 강행되면 공정 전반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처분은 위법 행위에 대한 금지를 규정한 것이고 정당한 파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파업 참여 인원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의 파업 강행 기조에 대한 각계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업에 대한 정부 압박도 높아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2차 사후조정에 돌입했다. 21일 총파업 돌입을 사흘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로 평가된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