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 중인 것으로 확인된 HMM 유니버설 위너 호. 마린트래픽 캡처 #위너호 부산일보DB
정부가 중동전쟁으로 피해가 큰 중소선사를 위해 전쟁보험 가입과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돼 있는 중소선사들은 통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실제 탈출이 본격화될 때 후순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호르무즈해협에 대기 중인 국내 중소·중견 선사 선박 10척에 대해 국내 보험사 공동인수 방식으로 최저요율 수준의 해상보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해운업계, 정책금융기관, 보험업권과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에서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높고 긴 파고가 유류비 등 운영비와 항로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 증가 등 해운사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해상보험은 거대·특수위험을 보장하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해외 재보험사에 크게 의존하는데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은 중소·중견선사의 경우 고국으로 안심으로 복귀하기 위한 보험가입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호르무즈해협 내 국내 중소·중견 선사 선박 10척의 복귀를 책임지고 보장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으로 해외 재보험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손해보험사 10개사가 위험을 분산해 공동인수하는 방식으로 통항 관련 전쟁보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수 규모는 보장대상인 선박가액 기준 약 3000억 원으로 예상되며, 최저요율 수준으로 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보험 외에 유동성 지원도 병행된다. 캠코가 운영하는 선박펀드에 중동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선사 등이 포함되도록 지원 대상을 넓힌다. 선박펀드의 지원규모도 연간 2000억 원에서 올해와 내년은 연간 2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한편, 지난 20일 HMM의 ‘유니버설 위너호’가 해협 탈출에 처음으로 성공하자, 나머지 25척의 선박에 대한 탈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행 조치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수와 한국 도착 화물을 기준으로 우선 통행 선박을 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해협 통행이 본격화될 때 중소선사는 탈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해협에 고립된 중소·중견 선사는 8곳으로, 2만t 이하의 소형선이 주를 이루고 승선한 한국인 선원 수가 적으며 화물의 도착지가 제3국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탈출 순위를 정할 때 국가 기여도 측면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크다. 이번에 해협을 빠져나온 유니버설 위너호는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으로,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있으며 한국인 선원 9명이 승선해 있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대형 선박의 경우 지정국제선박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가 있어 타 선박에 비해 한국인 선원이 더 많이 탑승한다”며 “하지만 현재 고립된 중소선사 선박들은 대부분 동남아나 인도 노선의 물량을 운송하며, 한국인 선원도 선박당 4명 안팎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고립에 따른 경제적 부담 역시 대형 선사보다 중소·중견 선사에 훨씬 치명적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