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경계를 넘어선 명곡,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입력 : 2026-05-28 15:25:50 수정 : 2026-05-28 19: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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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에리히 코른골트. 위키미디어 에리히 코른골트. 위키미디어

“이 소년은 천재다. 그의 재능은 모차르트 수준이다.” 푸치니가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듣고서 한 말이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도, 지휘자 브루노 발터도 그를 “의심할 수 없는 음악적 천재”로 평가했다.

에리히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 1897~1957)는 1897년 5월 29일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작곡했다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눈사람’이나 13세에 작곡한 피아노 3중주 작품 1번을 들어보면 음악 거장들의 평가에 수긍이 간다. 20대 초반에 발표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그의 명성을 확실히 알려준 대표작이 되었다.

1930년대에 나치가 집권하자 유대인인 코른골트는 미국 할리우드로 갔고, 워너 브러더스 영화사의 요청으로 영화음악 작곡을 시작했다. 1936년에 만든 ‘앤서니 애드버스’의 영화음악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이어 ‘로빈 후드의 모험’으로 두 번째 작곡상을 받았다. 맥스 슈타이너, 드미트리 티옴킨, 알프레드 뉴먼 등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초기 영화음악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작성한 작곡가가 코른골트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독일 후기 낭만주의의 전통을 사랑한 작곡가였다. “영감, 형식, 선율, 아름다움을 포기한 무조성과 불협화음은 음악 예술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른골트 : 바이올린 협주곡 - 클라라 주미강(바이올린) 코른골트 : 바이올린 협주곡 - 클라라 주미강(바이올린)

그가 현대음악의 실험장인 유럽을 떠나 할리우드에 몸을 담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하다. 코른골트는 말했다. “언젠가 영화는 오페라나 교향곡과 동등한 음악 형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음악은 무대를 위한 것이든, 콘서트홀을 위한 것이든, 영화관을 위한 것이든 결국 음악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심포니 스타일의 영화음악을 확립한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풍성한 영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클래식 곡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평론가들이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음악의 DNA는 코른골트에게서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이유를 알 것 같다.

코른골트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는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악장의 주제로 이전에 작곡한 영화음악 선율을 사용했다. 1악장 주제는 영화 ‘어나더 돈’(Another Dawn)과 ‘후아레즈’(Juarez)에서 가져왔다. 2악장 로맨스의 주제 선율은 ‘앤서니 애드버스’(Anthony Adverse)의 러브 테마를 사용했고, 3악장은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의 주제 선율에서 따왔다. 초연의 협연자는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야샤 하이페츠였다. ‘할리우드 협주곡’이라고 깎아내린 사람도 있었지만, 클래식의 형식과 영화적 서사를 완벽하게 가로질렀다는 점 때문에 현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걸작이 되었다.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