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받은 충남 천안시장 출마 후보자의 선거운동 문자. 독자 제공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 모(28) 씨는 지난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밤낮 없이 휴대전화에 울리는 ‘선거운동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에도 거래처와의 잦은 연락으로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데, 선거운동 문자까지 날아들면서 불필요한 알림을 확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6·3 지방선거 기간 내내 시민들은 시도때도 없이 오는 선거운동 문자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불분명한 전화번호 수집으로 거주 지역과 무관한 문자까지 오는 상황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문자 폭탄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은 물론 살고 있지도 않은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 부산 시민이 경남·울산은 물론 부산과는 거리가 먼 충청, 강원, 인천 지역 후보자의 선거운동 문자를 받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선거운동용 전화번호 명부가 여러 경로를 거쳐 취합되는 관행을 꼽는다. 예컨대 과거 정당 가입, 지인 추천, 후보자 개인 인맥 등 다양한 경로로 확보된 전화번호가 선거 때마다 다시 활용될 수 있다. 당원 가입 당시 등록된 주소지 때문에 문자가 발송되거나, 후보자가 우연히 확보한 연락처를 정당·캠프 명부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정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현재 거주지와 무관한 지역 후보자의 문자를 받는 일이 생긴다.
문제는 이를 걸러낼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선거운동 문자를 받지 않으려면 직접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에 선거 운동 문자 수신 거부를 요청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신고해야 한다.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일상이 바쁜 시민들이 문자를 일일이 차단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출마자들을 실제로 제재한 사례도 많지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3월 앞선 총선·지방선거 등에서 유권자의 개인정보 수집 출처 고지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후보자 등에게 내린 시정명령은 24건에 그쳤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문자 문제 관련 경고 조치를 내린 사례도 지난 27일까지 3건에 불과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자동 문자 전송을 통한 대량 발송은 총 8회까지만 가능하다. 다만 1회 발송 때 수신자 수에 대한 별도 상한은 없다. 대규모 명단을 확보한 후보자는 한 번에 수천 명, 수만 명에게도 문자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후보자 개인이 직접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하는 경우도 별도 횟수 제한도 없다.
전문가들은 후보자가 자신이 속한 지역의 유권자에게만 선거 운동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대 진시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선거 문자 민원 현황과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선관위, 개인정보보호위 등 관계 부처들이 능동적으로 나서 후보들의 무분별한 문자 전송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