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가정법원.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건물주로부터 건물 임대차 관리를 위탁받아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서 이중계약을 진행해 보증금을 가로챈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사무소까지 운영하며 서류를 위조하는 등 무자격 중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김현석 부장판사는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와 함께 무자격 중개업무를 함께 한 중개보조원 여성 50대 B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A 씨는 부산 동래구에서 건물 청소·관리업체를 운영하며 다수의 건물주로부터 임대차 관리를 위탁받았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었지만, 다른 공인중개사의 명의를 빌려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운영했다.
A 씨는 임대인인 건물주와 임차인이 서로 소통하기 껄끄러운 점을 파고 들었다. 건물주와 세입자는 서로 직접 소통하지 않고 A 씨를 통해서만 연락했다. A 씨는 이 구조를 이용해 건물주와 세입자에게 다른 말을 전달하며 자기 잇속을 챙겼다.
세입자가 전세금 5000만 원을 건물주 계좌로 입금하면, A 씨는 건물주에게 “원래 계약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인데 세입자가 착오로 돈을 더 보냈다”며 차액 4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건물주는 자신이 알고 있던 계약 내용과 달랐기 때문에 착오 입금으로 믿고 차액을 A 씨 계좌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5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8년동안 건물주와 세입자 등 5명에게서 1억 3400만 원을 가로챘다. A 씨는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해 건물주와 세입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범행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A 씨가 실제 공인중개사무소처럼 운영하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다수의 건물을 동시에 관리한 탓에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임대차 자금으로 자금을 충당하며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A 씨의 대담한 범행은 한 건물주가 A 씨의 수상한 돈거래 낌새를 알아차리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범행 수법이 교묘하고 범행 기간도 길며 피해자의 수와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가 크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이미 확정된 사기죄 등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사기죄 등으로 이미 징역 6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9월 형이 확정된 상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