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 토론회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PART1. 전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결정이 전력·용수·인력 등 필수 조건에 대한 사전 검증 없이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부족한 전력을 결국 영남권 원전에서 끌어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일환으로 첫 번째 주제로 전력 문제를 다뤘다.
이날 발제를 맡은 대구대 김경기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입지 선정에 과학적 검증이 이뤄진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짚었다.
먼저 그는 “반도체 생산의 요구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가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최적의 장소가 결정되어야 한다”며 입지부터 발표한 정부의 결정 순서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인 6.3GW는 인구 130만 명의 대도시 6개가 소모하는 전력”이라며 이후 소부장 협력사와 배후도시 사용량을 생각하면 실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서남권에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호남 태양광 전력 평균 출력은 1.8GW지만 상시 수요 대비는 30% 미만”이라며 “해상풍력도 허가는 35.8GW가 됐지만 가동은 실제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한파, 무풍 등의 악조건이 겹치는 ‘최악의 날’을 상정하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반도체 팹 운영에 필요한 ‘평균 조건’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 교수는 서남권의 전력 인프라 한계로 현재 원전의 상당수가 집중되어 있는 영남권에서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김 교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처럼 공모와 평가표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입지가 전력을 찾는 게 아니라 전력이 입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5년 정권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100년의 명운”이라며 “검증이 정치를 이기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달 전 서남권 반도체 투자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음에도 대통령이 나서면서 갑작스레 투자 결정이 이뤄진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주 의원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풍기는 이 사업이 실패에 이르지 않도록 점검해 보고, 반도체에 필요한 최적점이 어디가 될 것인지도 찾아보는 그런 토론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도 “전력 계획 없는 호남 반도체 발표는 없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이번 발표가 기업의 자율이 아니라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실시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안혼상 반도체과장은 “연도별 전력·용수 수요를 상세하게 파악해 법정 기본 계획에 반영해서 인프라 구축도 충분히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에 더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