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장외 집회를 이어가는 가면서, 지난 주말 부산을 찾아 간담회와 집회에 연달아 참석했다. 하지만 주요 당직자를 제외한 다른 부산 의원들은 현장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당내 거취 압박에 몰린 장 대표의 고립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6·3 참정권 박탈 사태 부산·경남권 청년·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야당 주도 특검과 재선거 필요성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제가 부산에 온다고 했더니 민주당 반응이 기가 막힌다. 음모론 프레임을 운운하며 전국 돌며 괴담 퍼뜨리기에 열중한다고 한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믿을 수 있는 특검을 하자는 것, 필요하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 어디에서 괴담을 찾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서는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시절 밥친구다. 사실상 이 대통령이 선관위를 장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가 국민의힘 추천 특검이 옳다고 주장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 거대한 선거 카르텔을 해체하지 못한다면 특검을 백날 해봐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 대표를 포함해 신동욱·조광한·김민수 최고위원, 전략기획부총장 서천호 의원, 김태규·김장겸·박준태·김민전 의원 등이 자리했다. 행사에는 청년들도 참석했는데, 주요 참석자는 국민의힘 청년위원회·쓴소리위원회 등에서 당직을 맡은 인물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 17명 중 여의도연구원장 조승환 의원,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미애 의원, 수석대변인 박성훈 의원, 홍보본부장 서지영 의원, 부산시당위원장 정동만 의원, 당대표 특보단장 김대식 의원, 백종헌 의원 등 7명만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당 지도부와 요직을 맡은 인사다. 차기 부산시당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성권 의원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간담회 이후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참정권 침해 규탄 집회에 참석했지만, 정작 집회에는 조승환 의원과 집회 장소인 부산진구가 지역구인 이헌승 의원만 참석했을 뿐 다른 부산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 대표의 부산행이 행사 전부터 예고됐음에도 나머지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최근 거취 압박을 받는 장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신호로 읽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 제도 개편과 특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장외 투쟁을 통해 당권을 유지하려는 장 대표의 방식에는 힘을 싣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같은 날 장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꼽히는 정점식 원내대표는 당의 지향점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원의 뜻은 매우 소중하지만 국민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정당 국고보조금을 다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1년에 수백억 원을 받는 공당”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며 “그래서 당원이 선택한 당대표의 거취나 해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당원의 뜻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인천·수도권 청년 단체 간담회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광주, 대구·경북까지 방문해 재선거와 선관위 개혁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제헌절인 오는 17일에는 올림픽공원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정권 침해 이슈를 고리로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지만, 원내 의원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 데다 정 원내대표와의 노선 충돌까지 겹치면서 장 대표의 입지는 한층 좁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