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의 불청객' 노무라입깃해파리, 미래 식량자원으로

입력 : 2026-07-19 17:53:2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서정희 영산대 동양조리전공 교수 대한민국조리명장회 회장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오랫동안 우리 바다의 불청객이었다. 어업 현장에서는 그물과 어구를 망가뜨리고, 조업을 방해하며, 해수욕장과 연안 생태에도 불편과 피해를 주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남해와 동해 연안에서 대형 해파리의 출현은 해마다 반복되는 해양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파리를 보면 먼저 제거와 폐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과연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끝까지 ‘골칫거리’로만 남아 있어야 하는가.

이미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일반 가정과 영업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염장 해파리 가공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수산과학원은 우리 연근해에서 잡은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신선한 원료 상태에서 가공해 해파리 특유의 담백함과 쫄깃한 식감을 살린 염장 해파리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음식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자와 함께 냉채, 장조림, 해물볶음, 파스타, 양갱 등 5종의 요리를 개발해 시식회도 열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유해 생물이나 폐기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식재료로 전환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을 보여 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해파리라고 하면 냉채 정도만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조림, 볶음, 전채요리, 퓨전요리, 디저트성 응용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단지 몇 가지 요리를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해양문제를 지역 식문화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상상력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염장 해파리는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서 주로 잡힌 해파리를 가공 처리한 것이 많았고, 수입·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 해 수입된 염장 해파리만 약 6000t, 금액으로는 1385만 달러 규모에 달했다. 다시 말해 우리 바다에서 대량 발생하는 해파리는 문제 생물로 버려지고 있는데, 정작 시장에서는 수입산 염장 해파리가 상당량 소비되고 있었던 셈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식재료로서의 잠재력도 작지 않다. 염장 가공을 거치면 독특한 식감이 살아나고, 저칼로리 식재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콜라겐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식과 기능성 식품, 나아가 화장품·의약품 소재로도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당시 국립수산과학원도 식재료뿐 아니라 건강기능성 제품, 화장품, 의약품 소재 개발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은 해양도시다. 해양도시의 경쟁력은 단지 항만과 조선, 수산물 유통에만 있지 않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자원으로 바꾸느냐에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미래 식량자원으로 보는 관점은 바로 그런 전환의 시작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시 바다에 묻어 버릴 것이 아니라, 부산의 식문화와 외식산업, 식품 가공산업, 해양바이오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부산시는 노무라입깃해파리를 활용한 ‘부산형 미래 식량자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대학, 외식업계, 조리 전문가, 식품기업, 해양바이오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리고, 가공 표준화와 안전성 검증, 저장·유통 체계·메뉴 개발, 상품화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연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어업인 소득과도 연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파리가 잡히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수매와 가공, 상품화 체계가 갖춰지면 어업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 수 있다.

해파리 냉채·보양식·중화요리·파스타·양갱 같은 메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관광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새로운 해양 식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부산국제음식박람회, 수산식품 박람회, 해양축제와 연계한다면 시민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식탁과 시장, 관광 현장과 축제 속으로 들어온다면 해파리는 미래의 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