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강물이 흘러야 녹색 눈물이 멈춘다

입력 : 2026-07-19 1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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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사회2부장

여름만 되면 녹조에 낙동강 몸살
현재 곳곳에서 조류 '경계' 경보
환경단체 보 수문 열라 요구하지만
수위 낮아지면 취수 힘들어 난감
더딘 취·양수장 개선 사업 속도 내
필요시 주저없이 강물 흘려보내야

한여름이 되면 낙동강이 비명을 지른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기준으로 지난 16일 현재 낙동강 해평, 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 화명 등 5개 지점에 녹조로 인한 조류 경보가 발령 중이다. 특히 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 지점은 이달 들어 ‘경계’ 경보가 지속되고 있다. ‘경계’ 경보는 유해 남조류가 2회 연속으로 1만 세포/ml 이상일 때 발령되는 경보로, ‘대발령’ 다음으로 높은 심각한 단계다.


고통은 강에 머물지 않는다. 얼마 전 강 본류를 뒤덮은 짙은 녹조가 인근 들녘의 농수로와 양수장으로까지 번졌다는 〈부산일보〉 기사를 봤다. 유해 남세균은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점령했고, 인간의 먹거리 안전은 물론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독한 물로 농사를 지으면 어떤 작물이 제대로 자라겠느냐.” 농민들의 절규가 처절하다.

강의 고통은 대체로 빠르게 흐르지 못하는 물길 때문이다.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환경단체는 녹조로 썩어가는 낙동강의 8개 보 수문을 즉각 열어 물길을 빠르게 하고 탁한 녹색 물빛을 맑게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올 여름 녹조가 유독 심하긴 해도, 사실 올 여름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낙동강 수문 개방을 두고 벌어지는 환경단체와 정부 간의 실랑이 역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매년 녹조로 고통 받는 강을 생각하면 수문 몇 개쯤은 통 크게 열어줘도 될 것 같지만(수문 개방에 뭐 그리 큰 돈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라 한다.

수문을 열면 강의 수위가 낮아지는데, 이때 인근 취수장과 양수장 기능에 비상이 걸린다. 4대강 사업 이후 대부분의 취수 시설이 높게 유지된 수위를 기준으로 설계된 까닭에 수위가 크게 떨어지면 취수구가 수면 위로 드러나 물을 끌어오는 기능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남권 수백만 명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업용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문 개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에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취·양수장 개선 사업에 있다. 물론 더 거슬러 4대강 사업을 원망할 수도 있을 테지만, 사후약방문이라 넘어가기로 한다. 어쨌든, 보의 수문을 열더라도 식수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낮은 수위에서도 취수가 가능하도록 취수구를 하천 바닥 쪽으로 낮추거나 대형 펌프를 보강하는 공사가 절실한데, 그것이 취·양수장 개선 사업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속도는 막힌 낙동강 물길만큼 더디다.

왜 더딘가.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정무적 판단이 정권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찌감치 취·양수장 개선 사업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한강과 낙동강 유역의 취·양수장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4대강 사업의 실책을 인정하기 싫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사업은 속도를 잃었다. 녹조 문제가 다시 심각해지자 사업은 재개됐지만 완공 목표는 2028년으로 늦춰졌다. 현재 개선이 완료된 곳은 전체 대상 171개소 가운데 15개소에 불과하다. 완료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150곳이 넘는 현장은 여전히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비효율적인 행정력도 문제다. 생활·공업용수를 맡은 환경부와 농업용수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일정이 엇갈렸고, 사업을 맡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전문인력이 부족했다. 하천점용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착공을 늦췄다. 정밀 설계가 끝나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구조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더이상 미룰 순 없다. 수문 개방으로 물길을 빠르게 하는 것만큼이나 취·양수장 개선 사업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 중앙정부가 예산과 행정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직접 교부와 전문기관 위수탁 같은 제도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국가 재난 예방 사업으로 격상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만 하다.

낙동강은 영남의 식수와 농업, 생태계를 함께 떠받치는 생명의 강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쌓은 둑이 물길을 막았고, 강이 녹색 눈물로 고통을 호소하는 데도 여전히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그 물길을 쉽사리 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강의 눈물은 어민들의 눈물로, 농부의 눈물로 번지고, 영남권 시민들의 눈물로 번질 태세다. 이제는 정말 강의 눈물을 멈춰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 빨리 취·양수장 인프라를 새롭게 갖춰, 필요할 때 주저없이 강물을 흘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