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의 세금, 바다 인재에게 돌려야 한다

입력 : 2026-07-19 17: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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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해양 미래, 좋은 인력 양성에 좌우
톤세 핵심 투자항목에 포함시키고
정부·대학 함께 인재기금 조성해야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운국가다. 세계 6위권의 국적선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바다를 통해 운송한다. 그러나 진정한 해운강국은 많은 선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박을 운항하는 우수한 해기사와 해운산업을 이끌 글로벌 해운비즈니스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제 세계 해운의 경쟁은 선박 확보 경쟁에서 인재 확보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톤세제를 통해 해운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다. 톤세제는 실제 영업이익이 아니라 선박의 순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국제 경쟁에 노출된 해운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국적선대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조세지원 제도다.

최근 정부는 톤세제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변화를 추진했다. 정부는 톤세제 적용기한을 5년 연장하면서 톤세 절감액이 선박 재투자와 사회공헌 등 제도 취지에 맞게 활용되는지를 해양수산부가 철저히 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톤세 적용기업이 투자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며, 내년부터는 선원 양성, 친환경선 도입, 국적선대 확충 등 절감액 규모에 상응하는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톤세제가 단순한 감세제도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정책목표를 함께 실현하는 책임 있는 지원제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투자계획서의 형식이 아니라 어디에 투자해야 대한민국 해운의 미래 경쟁력이 가장 크게 높아질 것인가이다.

그 답은 분명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다.

우리나라는 부산해사고등학교와 인천해사고등학교, 국립한국해양대학교와 국립목포해양대학교를 중심으로 해기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 교육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대한민국 상선대를 책임질 해기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해운기업은 국가가 투자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검증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자체 교육훈련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 해운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해기사만이 아니다. 국제 경쟁력은 우수한 선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박금융을 설계하는 금융전문가, 국제 해사분쟁을 해결하는 해사법 전문가, 선박관리와 해상보험 전문가, 항만물류와 공급망 전문가, 친환경 선박과 해양 AI를 이끌 디지털 전문가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글로벌 해운강국이라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해양전략도 결국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수도로 육성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권 조성을 국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항만과 선박, 물류시설만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수는 없다. 북극항로를 운영할 선사 경영인, 국제 해사법과 북극항로 규범을 이해하는 전문가, 해운금융과 해상보험 전문가, 스마트항만과 디지털 공급망 전문가가 함께 성장해야 국가전략도 성공할 수 있다.

결국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부산의 경쟁력도 사람의 경쟁력이다.

따라서 해양수산부가 심사하는 톤세 투자계획에는 ‘해양전문인력 양성’을 핵심 투자항목으로 명확히 포함할 필요가 있다. 선원 양성뿐 아니라 해양대학교의 해운경영, 선박금융, 해사법, 선박관리, 해상보험, 항만물류, 친환경 선박, 해양 AI 분야 교육과 연구를 공식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운협회, 해운기업, 국립한국해양대학교와 국립목포해양대학교가 공동으로 ‘해양미래인재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해운기업은 톤세 절감액의 일정 부분을 출연하고, 정부는 세제와 정책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대학 장학금, 승선실습 지원, 실습선 운영, 첨단 시뮬레이터 구축, 계약학과 운영, 해양 AI와 북극항로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을 투자 실적으로 인정한다면 톤세제의 정책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이는 대학을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투자하자는 제안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이며, 국가가 지원한 톤세제의 정책효과를 가장 크게 만드는 투자이기도 하다.

톤세 절감액은 선박을 위한 투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는 대한민국 해양의 미래를 이끌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톤세기금의 해양대학교 지원은 대학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북극항로 시대와 해양수도 부산,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강국의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