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가정법원.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의를 빌려 휴대폰 ‘소액결제깡’과 ‘카드깡’으로 수백억 원어치를 결제하게 하고 수수료를 뗀 조직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3교대 근무조를 두고 공장처럼 조직을 운영하며, 수사망을 피해 부산과 베트남을 오가며 사무실을 여러 차례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직 총책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15억 4268만 원을 추징했다고 19일 밝혔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한 B(30대)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15억 5437만 원을, 또 다른 중간관리자 C(30대)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2억 4759만 원을 각각 추징했다.
이들은 2024년 7월부터 인터넷에 광고를 올려 돈이 급한 사람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5분 만에 쉽고 편한 비상금 마련’, ‘소액결제 현금화 지급률 85%’ 등의 문구로 포털 사이트 구글, 네이버나 유튜브에 광고를 냈다.
이렇게 유인된 고객이 명의를 빌려주면 소액결제나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게 한 뒤, 그 물품을 할인 매입하고 결제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수수료율은 결제 수단에 따라 달랐다. ‘소액결제깡’은 결제금액의 50~80%만 고객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0~50%를 수수료로 챙겼고, ‘카드깡’은 80~85%를 지급하고 15~20%를 수수료로 취득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이 정도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당장 손에 쥘 현금이 필요했고, 조직은 이 절박함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2024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이어진 이들의 범행 규모는 소액결제깡 8만 2296회, 카드깡 1만 4538회로 총 9만 6834회에 달했다. 구매액 기준으로는 소액결제깡 212억 8477만 원, 카드깡 89억 1854만 원 등 약 302억 원 상당이었다.
이 정도 규모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모바일 소액결제 제도의 허술한 본인확인 구조가 있었다.
이들은 카드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만 확보하면 별도의 본인 인증 없이 결제가 이뤄지는 ‘비대면 인증’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고객 한 명의 결제 한도 안에서 상품권 구매와 현금화를 반복적으로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소수 인원으로도 하루에 수백 건씩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조직은 A 씨가 하부 업체들을 총괄 운영했고, B 씨와 C 씨는 중간관리자로서 인터넷 광고 게재와 근무조 관리, 물품 처분·현금화 등을 맡았다. 실제 상담과 결제 업무는 주간조, 중간조, 야간조 등 3교대로 운영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부산 수영구의 사무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가 베트남 하노이로 거점을 옮겼다. 이후 다시 국내로 돌아와 부산진구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박 부장판사는 “다수 인원을 고용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영업했고, 장기간 자금을 융통해준 규모와 범죄수익이 막대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