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마트에서 고기를 고르며 풍요로운 식탁을 준비한다. 가격, 원산지, 등급을 살피지만 고기 한 팩이 우리 손에 쥐어지기까지 지구가 어떤 비용을 치렀는지 묻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 기후솔루션(SFOC)이 발간한 보고서 ‘고기, 농장에서 매장까지’는 가려져 있던 우리 식탁의 탄소 성적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보고서의 수치는 무겁다. 국내산 쇠고기 1kg을 생산·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무려 58.15kg CO2-eq로, 닭고기보다 10.8배나 높다. 이를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김포와 제주를 비행기로 21회 편도 탑승할 때 나오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국가 전체로 넓히면 연간 육류 소비 배출량은 약 5694만t CO2-eq로,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연간 배출량의 약 34%에 달하며 국내 최대 발전시설인 태안발전본부 배출량의 2.6배를 훌쩍 넘는다. 고기 식단이 거대한 화력발전소 수십 기를 가동하는 것과 다름없는 파괴력을 지닌 셈이다.
이에 축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발전산업은 직접 배출량만 계산하면서 축산업은 사료 생산부터 유통까지 다 합산해 비교했으니 불공정하며, 가축의 탄소는 식물이 흡수한 탄소가 돌아가는 ‘순환 탄소’이므로 화석 연료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동물성 식단을 내려놓고 비건(Vegan)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반박의 모순 속에 있다.
축산 온실가스의 85~99%는 사료 재배와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다. 축산업에 농장 안의 직접 배출 기준만 들이대면 전체 환경 부하의 90% 이상을 통계에서 지워버리는 왜곡이 일어난다. 진짜 환경 비용을 보려면 ‘요람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훑는 전과정평가(LCA)가 지극히 정당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온전한 식물성 식단인 비건이 왜 유일한 대안인지를 과학적으로 깨닫게 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탄소 순환’이라는 달콤한 프레임에 있다. 가축의 배출이 자연적 순환 고리 안에 있다는 주장은 과거 농경 시대에나 어울리는 낭만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매년 도살되는 가축의 수는 무려 950억 마리에 육박해 생태적 흡수 한계치를 이미 초과했다. 이 대량 도살 관행은 결코 자연적인 순환이 아니며, 인간의 육식 욕구를 채우기 위해 복원력을 마비시킨 ‘공장식 잔혹 가공’에 불과하다. 이 인위적인 관행을 끊어내고 비건으로 전환하는 것은 왜곡된 생태계를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현대 축산은 외부에서 엄청난 화석 연료를 주입해야만 돌아가는 반생명적 구조다. 950억 마리를 먹이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태워 사료 재배지로 만들고, 화석연료로 제조된 질소 비료를 투입해 치명적인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킨다. 가축이 뿜어내는 메탄 역시 단기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높은 독한 가스로, 기후 임계점을 향한 폭주를 가속한다. 지구의 브레이크를 잡기 위해서는 메탄의 핵심 공급원인 축산물 소비를 완전히 중단하는 비건 지향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15kg으로 일본의 2.5배, 중국의 3.8배에 달한다. 이 수요를 위해 소비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며, 국경 너머에서 발생하는 연간 1252만t의 온실가스 역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실질적인 환경 부하다. 이제 데이터의 사각지대 뒤에 숨어 “순환되니 괜찮다”고 방어할 때는 지났다. 화력발전소 수십 기와 맞먹는 온실가스 폭주를 막아서는 가장 확실한 설루션은 바로 고기 대신 채소와 식물성 단백질을 장바구니에 담는 비건의 실천이다. 우리의 식탁이 100% 식물성인 비건으로 변할 때, 비로소 지구의 거대한 순환 고리도 제자리를 찾는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