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민의힘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자신을 향한 거취 요구를 무시한 채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에 매진하면서, 사퇴 동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장 대표를 끌어내릴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체념이 확산한다. 이런 사이 기세를 잡은 당권파는 비당권파를 향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 대표 사퇴론은 개혁 성향 의원들과 친한계(친한동훈계), 중진뿐 아니라 당권파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소속 의원들이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장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고, 당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 이상휘 의원도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 사퇴는)본인 의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나가라 말아라’고 하면 이에 따른 저항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진다”면서도 “만약 장 대표가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에서 사퇴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 대표가 버티는 것도, 거취 압박도 모두 당에 상처가 된다며 범보수 통합작업을 사퇴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아마 조만간 범보수 통합론이 나올 것”이라며 “사분오열돼 있는 투쟁노선을 어떻게 한곳에 모을 수 있느냐는 첫 단추가 끼워진다면 장 대표도 사퇴 명분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사퇴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장 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사퇴 요구는 갈수록 잦아드는 분위기다. 장 대표가 버티면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당내에 퍼지면서다. 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제 폐지론과 집단지도체제 도입론 도 거론됐지만, 현실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날 조찬모임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 자체를 없애는 건 한국 정치 역사상 쉽지 않은 문제”라며 “그 부작용을 줄일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세를 잡았다고 판단한 장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며 친한계를 향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일 KBS 방송에 출연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복당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SNS에는 “국민의힘은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고 강조하며 당 지지층 결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장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도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올림픽공원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비판했다. 박 실장은 장 대표의 장외 행보를 ‘임기 연장용’이라고 평가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정치하는 분이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려면 앞으로는 실명으로 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아름다운 시민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훗날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한 정치인으로 평가되고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도 이날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이른바 ‘징계 정치’도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윤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징계 기준 마련에 나섰다. 윤리위에서는 지난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한 의원을 도왔던 의원들과 ‘국회부의장 선거 불복’ 논란에 휩싸인 조경태 의원 등에 대한 징계 심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 내부에서는 윤리위가 ‘징계 정치’ 비판에도 징계를 강행할 경우,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