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다시 장날] 참기름 향 따라 살아난 시장

입력 : 2026-07-22 17:51:15 수정 : 2026-07-22 18: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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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망미중앙시장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백년가게 대현상회.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백년가게 대현상회.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다. 4대째 가업을 잇는 방앗간부터 온라인으로 연 매출 25억 원을 올리는 가게까지, 참기름이 시장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잡았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110개 점포 가운데 빈 점포는 단 한 곳뿐이다.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김현태 상인회장이 망미중앙시장상인회 소식지인 한울타리를 상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김현태 상인회장이 망미중앙시장상인회 소식지인 한울타리를 상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소통으로 채운 100여 점포

수영구 주택가에 자리한 망미중앙시장은 2006년 상인회가 구성되면서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은 생활밀착형 시장이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힘은 화려한 시설보다 상인들 사이의 소통이었다.

망미중앙시장 김현태 상인회장은 매달 시장 소식을 담은 ‘한울타리 소식’을 직접 만든다. 보고사항과 협의 내용, 공지사항은 물론 시장과 주차장의 재무 현황까지 빠짐없이 싣는다. 앞으로 진행할 사업뿐 아니라 이미 끝난 사업의 결과와 지출 내역도 담는다.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는 오해를 막고 상인회 운영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한 장에 불과하던 소식지가 지금은 보통 3~4쪽, 많을 때는 10쪽을 넘긴다.

이 같은 조직력은 2023년 ‘동백플러스 특화시장’ 선정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동백플러스 특화시장은 동백전 결제 고객에게 기존 캐시백 외에 점포가 자체적으로 3~10%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상인들이 스스로 절차를 밟기 어려워 다른 시장에서는 참여가 저조한 경우도 있었다. 망미중앙시장은 하루 만에 부산시가 처음 요청한 가입 목표 10곳을 훨씬 넘는 56개 점포를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시장 상인들은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넓히고 있다. 상인회와 부녀회, 공조회는 십시일반으로 120만 원의 기금을 모아 취약계층 20가구에 1인당 3만 원 상당의 시장 상품권을 지원한다.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모습. 수영구청 제공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모습. 수영구청 제공

동화·참기름으로 대변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뒤에는 가족 체험을 결합해 시장의 정체성을 다시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시장의 핵심 콘셉트는 ‘동화나라’다. 전통시장에 관심이 적은 30~40대 부모 세대가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입구와 매대에 캐릭터 디자인을 입히고 어린이 장보기, 비누 만들기, 김장·송편 체험 등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동화 파랑새에서 착안한 ‘파랑새 마켓’을 금요일 오후마다 열었다. 상인들이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기념품과 경품을 제공했다. 그 결과 시장 유동 인구는 30% 이상, 매출은 28% 이상 증가했다. 올봄 열린 가족 김밥 말기 대회에는 본선 20개 팀 모집에 77개 팀이 신청했다.

망미중앙시장은 2016년 골목형시장 사업을 통해 김치 특화시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줄고 판매 상인도 고령화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시장이 찾은 답은 참기름이었다. 원래부터 방앗간과 기름집이 많았던 지역 특성을 살려 참기름을 시장 대표 콘텐츠로 키우기 시작했다.

4대째 운영 중인 대현상회는 매출의 80~90%를 온라인에서 올린다. 백년가게로 선정됐으며 부산은행과 한국은행에도 제품을 납품한다. 이두일 씨가 부인과 점포 두 곳을 운영하던 중 유통업체 상품기획자 출신인 둘째 딸이 온라인 판매를 제안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현재는 딸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매출은 약 25억 원에 이른다.

17년째 대성상회를 운영하는 김금자 씨는 온라인 대신 단골에 집중한다. 원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다른 원료를 섞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신뢰를 쌓았다. 김 씨는 “우리 시장은 유동인구만 바라보기보다 오랫동안 찾아오는 단골이 중요하다”며 “같은 참기름을 파는 가게끼리도 경쟁만 하지 않고 서로 도와주고 물건이 부족하면 서로 빌려주기도 한다. 그런 정이 망미중앙시장의 힘”이라고 말했다.

망미중앙시장의 다음 과제는 사진 한 장만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아케이드와 주차장, 간판 정비 같은 기본 시설은 갖춰졌지만 참기름 특화시장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조형물과 공간은 부족하다.

김정훈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전국의 전통시장을 사진으로 찍어 놓으면 어느 시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참기름 조형물이나 특화 공간처럼 망미중앙시장만의 얼굴을 만드는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목시장, 다시 장날' 프로젝트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합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