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다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세금규제와 금융규제가 담긴다. 부동산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서울의 과열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가 부산을 비롯한 지방시장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지역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이제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서울은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산은 거래 감소와 미분양 증가, 건설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같은 처방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과 부산의 양극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808만 원이었지만 2026년에는 5168만 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부산은 866만 원에서 1300만 원 수준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과 부산의 가격 격차는 10년 사이 두 배 수준에서 네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국민평형 기준으로도 자산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와 부산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의 자산 증가는 10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단순한 집값 차이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부산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 미분양 주택이 8000가구를 넘어서며 건설경기와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동일한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가 시행되면 가장 큰 피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거래 감소는 미분양 증가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부산에는 서울식 규제가 아니라 부산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비수도권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규제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대출규제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분양 해소를 위한 세제와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취득세 감면과 정책금융을 연계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와 기반시설 지원, 신속한 인허가를 통해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부산의 경쟁력은 결국 산업과 일자리에서 나온다. 북항 재개발, 가덕신공항, 해양금융과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은 지역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서울에는 과열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부산에는 시장을 회복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전국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지역별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