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향검, 향판, 향경

입력 : 2026-07-22 18: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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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지방의 지검에서 근무하겠다는 검사는 장기간 지검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심지어 기간 제한 없이 지역에서 평생 근무할 수 있는 ‘권역검사제’도 언급했다. 소위 ‘향검’을 제도화하자는 뜻이다.

이 같은 제안이 알려지자 당장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향검이 지역 토호세력과 결탁해 수사 과정에서 있는 죄를 빼거나 없는 죄를 씌우는 식의 수사를 일삼을 수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검찰의 경우 부장검사 이상은 1년, 평검사는 2년이면 정기 인사 대상에 포함되고 타 지역으로 순환근무를 해야 한다. 토호세력과 유착할 시간이 이처럼 부족한데도 지역 유지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소위 ‘스폰서 검사’가 등장한 게 그간의 현실이었음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당시 법무부의 제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검찰에 향검이 있다면 법원엔 ‘향판’이 있다. 특정 고등법원 관할에서만 장기간 근무하는 지역판사를 일컫는 말이다. 법관 인사에 있어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역 실정에 밝은 판결을 추구하자는 목적에서 2004년 도입된 제도다. 잦은 이동이 행정 혹은 정치의 압력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법관도 인간인 이상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워 유착 우려까지 근절할 수 없었다. 제도 도입 10년 만인 2014년 전체 지역법관의 70% 가까이를 타 지역 전보하게 된 것은 이로 인한 비판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검사나 법관과는 달리 경찰의 경우 일부 순환보직도 있으나 수사 분야 전문직 경찰은 특정 지역이나 부서에 장기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경찰의 업무는 지역 범죄 실태 파악이나 주민과의 관계 형성 등 측면에서 지역 밀착형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9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되면 지역 밀착형 업무의 순기능과 지역 유착형 수사 폐해라는 역기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듯하다. 수사권을 독점하는 이상 특정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향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장윤기 사건’은 향경의 부작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쏠린 관심은 향경의 순환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더 쏠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