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7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국무총리가 총리실 직원이 신분을 숨긴 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이른바 ‘사찰 논란’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사과했다. 다만 야당이 제기하는 ‘사찰’ 주장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 의원은 해당 직원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 총리는 11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총리실 직원의 사찰 논란이 사실이냐고 묻자 “공직자로서 야당 국회의원 기자회견 자리에서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질문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일반인이라고 답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도 한 의원과 국민 여러분께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찰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느냐고 묻는 송 의원의 질의에 “국회의장실도 가서 설명하고, 한동훈 의원실에 (김영수) 국무1차장이 가서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과거처럼 총리실에서 사찰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하자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총리실 면담 이후에도 책임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영수 국무1차장 등 총리실 간부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능멸하고 정치를 사찰했던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모 기획총괄과장에 대한 즉각 파면이 필요하다”며 총리실에 이같이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실은 엄중 경고를 했다는 입장이다. 저도 관가에 오래 있었는데 관가에서 엄중 경고는 ‘잘했다’는 뜻이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한 총리의 진퇴 등에 관한 문제는 이 모 과장에 대한 총리실의 결정을 보고 진행하겠다는 단호한 뜻을 전달했다”며 “총리실에선 ‘그 사람이 원래 좀 이상하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인 걸 알면서 기획총괄과장이라는 보직에 임명한 것은 한 총리와 총리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총리 책임론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이 문제에 있어선 100% 서로 공감하고, 공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진영이나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 사찰 논란을 두고 야권에서도 한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비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4선·부산 부산진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논란이 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 공무원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하는 것은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왜곡하는 행위”라며 “이번 일은 단순한 일개 공무원의 일탈이 아니다.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행정부가 야당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총리실 직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미디어위는 “이번 사건은 행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담합하여 정치인과 언론을 사실상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장을 향해 “해당 직원의 파면과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라”고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향해서는 “기자를 가장해 기자회견장에 난입하는 것이 민주당이 생각하는 공무인지 답하라”고 따졌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