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중구 북항친수공원에서 ‘부캉이’가 수로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3차례의 구조작업 끝에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를 벗어났던 흑상어 ‘부캉이’가 하루 만에 돌아왔지만, 잠영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 반경도 넓어지면서 스스로 바다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관계 당국은 부캉이의 수로 재진입을 막기 위해 차단 그물을 보강하는 한편, 추가적인 강제 유도 작업 대신 부캉이가 자연스럽게 외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로 했다.
22일 오전 9시 북항 친수공원 1차 차도교 인근 수로에서 부캉이는 수로 입구에 설치된 1차 차단 그물과 2차 차단 그물 사이를 배회하고 있었다. 두 그물 사이 간격은 약 30m에 불과했다. 부캉이는 2차 그물을 넘어 수로 안쪽으로 들어오고 싶은 듯 2차 그물 일대를 약 1분 30초 간격으로 탐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른 오전에도 북항 친수공원은 수로로 되돌아온 부캉이를 직접 보기 위한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부캉이의 이름을 부르거나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서 북항 친수공원을 다섯 번째 찾았다는 이민정(39) 씨는 “새벽에 부캉이가 다시 공원 쪽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친수공원을 방문했다”며 “스스로 들어와 갇힌 상황이지만 부캉이에게 좋은 환경은 아닐 테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캉이는 지난 21일 오후 11시 5분께 1차 차단 그물 아래쪽을 통과해 수로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1차 그물은 수상 작업용 부유 시설인 폰툰 아래에 그물을 고정한 형태인데, 부캉이는 수로 바닥과 그물 사이 빈틈을 통해 다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시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은 22일 오전 부캉이의 이동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부유 쓰레기 차단막과 기존 2차 차단막에 설치된 폰툰 등을 철거했다. 당국은 당초 오후 2시 30분께 그물 깊이를 연장하고 폰툰을 이용해 부캉이를 바다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캉이의 잠영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추가 유도 작업 대신 자연스럽게 바다로 빠져나가도록 지켜보기로 했다.
2차 차단막 제거 작업이 완료된 오후 1시께부터 부캉이가 약 30분 간격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수심 약 15m에 달하는 수로 밖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은 부캉이가 한 달 넘게 북항 수로에 머물며 주변 환경에 적응한 만큼 외해 환경에도 서서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
부캉이가 외해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수로로 돌아온 원인으로는 선박 소음과 진동 등이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수로에 적응한 부캉이가 선박 통행이 잦은 외해 환경에 곧바로 적응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캉이의 건강 상태에는 현재까지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팀이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부캉이의 몸집과 유영 속도는 처음 발견됐을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몸에 일부 찰과상이 있지만 현장 수의사의 관찰 결과 심각한 이상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 당국은 부캉이가 더 이상 그물을 넘어 공원 안쪽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수온은 21도로 흑상어의 적정 서식 수온인 18~26도 범위에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강제 유도 작업 없이 부캉이가 자연스럽게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이동 상황을 관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부캉이처럼 상어류가 연안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수진 대표는 “앞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외온성 동물인 상어류의 출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어류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항만 시설 설계 시 해저케이블 주변의 전자기장 차폐를 강화하는 등 대형 해양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이채원 기자 circl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