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과 부산시향, ‘말러 8번’으로 장엄한 마침표를 찍다 [현장 속으로]

■부산시향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아쉬운 이별 속 빛난 완성도, 부산의 도약 기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6-21 14:03:33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 홍 지휘자는 이달 말로 총 2년 임기를 종료한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 홍 지휘자는 이달 말로 총 2년 임기를 종료한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말러 교향곡 8번(이하 ‘말러 8번’). 올해 부산은 어떤 인연인지, 그 어렵다는 대곡 말러 8번을 두 차례나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가을 부산시립교향악단이 2026년 상반기 시즌 라인업을 공개할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은 ‘부산 초연’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낙동아트센터 개관 프로그램(지휘 백진현·낙동아트센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먼저 선보이며 초연 타이틀은 내주게 됐다. 그럼에도 지난 18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는 부산 음악사에 남을 또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초연 당시 악단과 합창단, 독창자를 포함해 약 1000명이 참여해 ‘천인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초대형 교향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부산시향(지휘 홍석원) 공연 역시 독창자 8명을 포함해 총 370명이 한 무대에 올라 그 규모를 실감케 했다. 오케스트라 스테이지는 물론 합창석과 양쪽 날개까지 빈틈없이 채운 연주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날의 감동은 전임 예술감독 최수열(연세대 교수 겸 인천시향 예술감독)이 제600회 정기연주회와 ‘2023 교향악축제’ 폐막 공연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9번에 비견할 만했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4년 7월 1일 부산시향 제12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홍 지휘자가 임기 중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2025년 8월까지 재직한 뒤, 후임 예술감독 선임을 위해 ‘수석객원지휘자’로 위촉되어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는 7월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총회 기념 음악회(홍석원 & 부산시립교향악단 with 김태한)에서도 지휘를 맡을 예정이지만, 부산시향과 함께한 공식적인 2년 여정의 마침표는 말러 8번이 됐다.

공연 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홍 지휘자는 “중간에 염치없이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휘자로서 충분히 욕심을 낼 만큼 공들인 무대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말러 사이클 역시 절반만 완수하게 됐다. 그동안 홍석원과 부산시향은 교향곡 2번, 4번, 3번, 8번을 선보였으며, 9번은 최수열 전 예술감독이, 1번은 백승현 부지휘자가 각각 맡았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쉽게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대작인 만큼 이번 부산시향의 말러 8번은 완성도 면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연주력과 앙상블 모두에서 거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대형 오페라 한 편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제1부 도입부에서 화려한 선율을 뚫고 울려 퍼지는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함은 강한 전율을 일으켰다. 여기에 첼레스타, 하모늄, 피아노 등 다양한 건반악기가 더해져 음향의 밀도를 높였다. 올해 들어 3분의 1가량이 교체된 관악 파트는 한층 젊어진 에너지와 강화된 파워를 보여주었다. 객원 연주자였지만, 합창석 맨 위 꼭대기에 자리 잡은 7인의 트럼펫·트롬본 ‘반다’(Banda, 무대 뒤나 무대 밖에 따로 배치된 별도의 별동대 악단)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등 성악 출연진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등 성악 출연진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어린이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사진은 어린이 합창단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 모습. 영광의 성모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하나가 합창석 뒤 객석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 모습. 영광의 성모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하나가 합창석 뒤 객석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성악 역시 또 하나의 ‘완벽한 악기’처럼 기능하며 기악과 유기적으로 호흡했다. 8명의 독창자 간 기량 차는 다소 있었지만, 소프라노 박소영과 테너 이범주(국립창원대 전임교수)는 특히 돋보였다. 비록 단 두 소절(영광의 성모 역)이었지만 소프라노 박하나(부산대 교수)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김해시립합창단, 클래식부산합창단이 함께한 성인 혼성합창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선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다만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과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소리는 상대적으로 무대 전면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8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 공연이 한창이다. 부산시향 제공

홍석원의 지휘는 평소보다 차분한 인상 속에서 한층 강직한 프레이징으로 악단을 이끌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듯한 흐름 속에서 제1부 24분, 제2부 56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집중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라이브 연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홍 지휘자와 함께한 2년은 부산시향이 한 단계 성숙하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있는 동안 부산시향은 유럽의 저명한 음악 축제인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폐막 무대에 섰고, 정기연주회는 거의 전석 매진에 가까운 신화를 썼다. 이날도 합창석 등을 제외한 총 1468석을 오픈해 전석 매진됐다. 이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감독과 함께 부산시향의 위상이 한층 더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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